짓무른 한국형레몬법 무용지물 논란...국토부 손 놓은 까닭
짓무른 한국형레몬법 무용지물 논란...국토부 손 놓은 까닭
신차 결함 교환.환불 자동차제조사 실행 거부
자동차제조사 강제조항 없어 무용지물 전락
수입차 10곳 보장 계약 거부
소비자주권회의 "국토부 무대책 일관" 지적
국토부 "중재판정 확정판정 효력...임의규정 불가피"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5.10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에 따르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16개 공식 회원사 중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혼다, 포드, 크라이슬러, 포르쉐, 캐딜락, 푸조 시트로엥, 벤틀리, 페라리 등 11개사와 국내산인 한국GM은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며 교환 및 환불 규정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1월부터 한국에도 새로 산 자동차에서 결함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자동차제조사들의 실행 거부로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올해 1월부터 한국에도 새로 산 자동차에서 결함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자동차제조사들의 실행 거부로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행 5개월째 접어들고 있음에도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16개 공식 회원사 중 10개사(벤츠, 포드, 아우디폭스바겐, 캐딜락,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엥, 페라리, 마세라티, 포르쉐)는 신차 판매 시 교환·환불 보장 등이 포함된 서면 계약을 거부하며 교환·환불 중재제도를 수용하지 않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해외브랜드 10개사 한국형 레몬법 서면계약 거부... 국토부 ”강제할 수 없다“

올해 1월부터 개정된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에는 소비자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2만㎞ 미만을 주행했을 때 같은 문제로 중대한 결함이 2회, 일반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수입자동차 10개사(벤츠, 포드, 아우디폭스바겐, 캐딜락,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엥, 페라리, 마세라티, 포르쉐)는 신차 판매 시 교환·환불 보장 등이 포함된 서면 계약을 거부하며 교환·환불 중재제도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과 소비자단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유럽 등 이미 우리보다 더 강력한 자동차레몬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선 이를 모두 수용했는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발표한 한국형레몬법 교환·환불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판매순위 5위사로서 국내 시장에서도 2018년 총 7만,798대를 팔아 1에 오른 벤츠의 경우 국내 수입산 자동차의 31%를 점유하고 있는데도 판매국의 법과 제도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 박순장 팀장은 ”벤츠의 경우 지난달에 한국형 레몬법 수락동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지키지 않았고 이달 중순께 동의서를 제출한다는 말이 있으나 이역시 현재로썬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입법 취지를 거스르는 국토부의 안일함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98조의2 제1항 제3호와 제4호 단서조항에서는 사업자에게 자동차 교환·환불 요건을 강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강제력이 없는 임의규정인 셈이다 따라서 소비자원이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라고 판결을 내려도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판매자가 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에 소비자주권은 신차판매 시 자동차제조사들의 교환·환불 계약을 비의무조항으로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교환·환불 중재고시를 제정한 국토교통부에 입장과 대책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지난달 8일 발송했다.

국토부는 교환·환불 중재규정 수락 방식과 관련해 자동차관리법이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자율적으로 수락토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일 '소비자기본법 19조에 명시된 사업자의 의무를 근거로 들어서라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경제>의 질문에도 "레몬법이 처음에 국회에서 만들어질 때도 국가가 강제로 교환 및 환불 중재를 하라는 것이 재판청구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중재판정은 법원확정판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그래서 사업자가 이에 불복할 수 없어 재판청구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그래서 임의규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밖에는 없지않느냐'는 질문에는 "법만 시행됐지 제조사가 안하면 그만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제도 시행 자체가 제조사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맡길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레몬법 중재규정 32가지에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에 수두룩하다고 질타했다. 

박순장 팀장은 "소비자가 직접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제품안내서 등에 교환·환불 보장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어야하는데 현재 국내외 자동차제조사들은 신차 판매 시에 이러한 조항을 두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또 차량의 결함유뮤를 사업자가 밝혀야 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6개월 이전에 발생한 결함인 경우는 사업자가 밝히지만 6개월 이후 발생한 결함은 소비자가 밝히도록 하고 있다. 

박 팀장은 "국토교통부 리콜센터에 등록된 하자결함 발생건수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6개월 이후에 발생한 하자"라면서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뿐만아니라 “국토부의 리콜명령에 따라 수리를 받은 경우에는 하자횟수 중대결함 2회, 일반결함 3회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했다”며 “이같은 엉터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 차량 출고 전 결함이라면?

그렇다면 차량이 출고되기 전 결함이 있었다면 어떨까?

소비자 A씨는 올해 H사가 생산하는 5천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브랜드 신차를 구입했다. A씨는 “가격대가 부담이긴 했으나 품질과 서비스가 높다는 판단 하에 꿈에 그리던 차를 구입하게 됐다”며 차량 구입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나 신차 구입 하루 만에 사고가 나고 말았다. 

A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작스런 따발총 소리와 함께 전복직전까지 갈 만큼 크게 휘청이며 난간이나 옆의 차를 덮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면서 “차량 타이밍벨트는 모두 끊어졌고, 벨트가 끊어지며 주변의 센서를 후려치는 바람에 근처 장치들은 부서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그날의 충격으로 불명증에 시달리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차량 사고의 원인은 차량 조립 시 자동차 업체 작업자가 엔진으로 들어가는 호스를 느슨히 꽂아만 둔 채,조임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처음에는 제조사와 서비스센터 모두 명백한 작업자의 실수임을 인정했음에도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했다. 

업체 측은 올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레몬법의 근거를 들고 있어 “중대결한 2회, 일반결함 3회 이상 발생시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는 이와 관련 “수리가 다 됐다며 가져온 차량도 멀쩡하지 않았다”면서 “한쪽 본넷은 1센티 가량 떠있았고 정차 시 자동엔진 소화는 들쭉 날쭉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다”면서 강력하게 항의해 결국 합의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합의할 수 있었으나 제조사가 레몬법 규정을 들어 교환 또는 환불을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 개정안에 차량 출고 전 결함에 대한 보상 내용이 빠져 있다는 취약점 때문이다. 

박 팀장은 “현재로썬 소비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 너무 많다”면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 하는 취지를 살려 시급히 관련 법륭의 제·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