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인천서 라돈(토론) 발생·입주자 자재교체 요구 외면
주무부처 환경부·국토부·원안위 “강제성 없어”수수방관
검출 규제 기준 마련 시급, 현재 규제방안 용역 시행중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라돈 검출로 논란을 빚는 가운데 정부가 앞장서 기업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축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주민들은 포스코건설 측에 교체를 요구했으나 관련 규제기준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포스코건설에게 유리하도록 오염물질 측정기기 성능을 개정 고시했다는 비판에 직면, 논란의 '몸통'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에 대해 상급기관인 환경부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와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실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라돈은 라돈(Rn-222), 토론(Rn-220), 악티논(Rn-219)을 말하며 동일농도 노출 시 라돈보다 6배 위험한 토론이 공동주택 내 측정되는 경우 관리가 필요하므로 정부의 시급한 라돈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라돈(Rn-222, 3.8일)에 비해 토론(Rn-220, 55.5초), 악티논(Rn-219, 4초)이 반감기가 짧아 위험 노출 위험이 적어 통상 라돈을 라돈(Rn-222)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토론이 라돈과 동일농도로 노출되는 경우 방사선 피폭량은 라돈(Rn-222)보다 6배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정미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라돈은 라듐이 알파 붕괴할 때 생기는 기체 상태의 방사성 비활성 원소로 천연으로는 질량수 222, 220, 219의 세가지 동위 원소가 있다"며 “토론은 라돈의 다른 명칭으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토론도 라돈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주택 라돈 측정시 토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실중앙만에서만 측정하도록 했었음에도 토론이 측정됐다면, 이는 관리 대상인 만큼 측정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환경부의 현행 관련 법에 따라 라돈 검출 여부만 측정하면 된다”며 “토론 검출 여부를 새로 현행 법 하에 지정고시하려면 검토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토론 측정기 형식승인 절차 및 검출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건설은 법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입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라돈(Rn-222)만 측정되지 않으면 토론은 측정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라돈이 검출된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4개월 이상 토론을 배제한 라돈(Rn-222) 측정만 고집해 왔다. 이 아파트는 거실중앙에서 토론이 검출됐으나 포스코건설은 법에서 라돈(Rn-222)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토론까지 포함해서 측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입주자대책협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문제가 된 경기도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관련 법령이나 규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보니 포스코건설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며 “관할 주무 부처인 환경부나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규제 기준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 주면 포스코건설이 함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의 무관심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입주민은 “측정 결과 라돈과 토론이 2:8의 비율로 검출됐다”면서 “반감기가 짧은 토론이 라돈보다 더 많이 검출됐는데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2015년 이후 (라돈 발생 기준과 관련)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정부 전문가 집단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도 답답한 모습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왔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토론이나 라돈이 검출된 화강석으로 식탁을 만들면 규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욕실이나 거실에 건축자재로 시공된 화강석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관련 규제 기준의 불비(不備)로 규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2018년 1월 1일 이전 사업승인 아파트는 법적 책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라돈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마당에 특정 건설사와 입주민 간에 개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승인 신청 공동주택에 라돈측정을 의무화함에 따라 2018년 1월 1일 이전 사업승인 아파트는 마감재를 교체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만 놓고 문제를 삼을 것이 아니라 2018년 1월 1일 이전에 사업승인이 난 다른 회사 아파트 전체도 라돈, 토론 등의 검출 여부를 측정해야 할 것”이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건축자재 사용기준을 명확히 하고 문제발생시 책임소재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 혹은 규제 기준이 마련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역할과 책임이 좀 더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규제 기준 혹은 가이드라인의 불비로 인해 아파트 입주자들과 포스코건설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취재 결과 환경부는 ‘건축자재 라돈관리 필요성 및 규제방안 검토’란 주제의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과업 수행은 오는 6월까지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2018년 1월 이후 사업승인이 난 아파트에 라돈, 토론 등이 검출될 경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권고기준이 있다”며 “권고라는 말 그대로 강제성이 없어서 포스코 건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관계 당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정부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강력한 규제를 신설하려고 해도 건설사들이 이 과정에 개입하는 등 부조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라돈 아파트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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