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편 외면하더니...文 대통령 직접 "보험약관 고치세요"
소비자 불편 외면하더니...文 대통령 직접 "보험약관 고치세요"
꼼수 보험약관 피해사례 여전
보험약관 개편 TF, 이달 출범
팔기 위한 보험증권 대신 소비자 눈높이 맞게 개선
  • 이혜민 기자
  • 승인 2019.04.1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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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맘들의 상담요청이 끊이지 않는 태아보험 비교 사이트.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예비맘들의 상담요청이 끊이지 않는 태아보험 비교 사이트.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소비자경제신문 이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주재한 당.정.청,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어려운 보험 약관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하도록 주문했다. 요지는 '어렵고 복잡하다'였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곧바로 보험 약관 실무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연말까지 개편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보험약관 개편이 급물살을 탄 데는 문 대통령의 목소리가 컸다. 예전부터 금융권 민원의 60% 이상(2018년 상반기 금감원 기준)이 보험에 집중되어 있을 만큼 소비자의 불편 사례는 늘 있어왔다. 자살보험금 사태,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 요양병원 암보험금 지급 분쟁도 있었다.

대부분 보험금이 지급되는 줄 알고 요청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다. 꼼꼼히 따져봤다고 생각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 보험 관련 분쟁을 만드는 어렵고 복잡한 약관

최근 치매보험에 관련해서도 불분명하고 어려운 약관으로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증 치매까지 보장한다며 업계는 과열경쟁이 붙었지만, 경증이라는 단어가 모호했다. 어디까지를 경증으로 볼 것인가?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문제점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왜 약관을 그렇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보험회사 사장을 지냈지만 나도 내 보험계약 약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며 복잡한 보험약관을 꼬집었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의견차가 생기는 것은 역시 약관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 약관을 들이밀며 보험사는 보장을 회피했다. 소비자도 막상 자필 사인된 약관을 보면 할 말이 없어졌다. 보험사가 교묘히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모습.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모습.

 

◇ 약관에 대한 보험 업계의 생각은?

보험업계에서는 '해석상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명확한 법률용어를 사용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쉬운 약관도 물론 좋지만, 위험을 책임지는 상품이니 정확해야 한다는 것.

지금껏 어려운 약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있어왔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없던 것도 법률화된 명확성을 이유로 들었다. 법률용어를 배제하면 쉬워질 순 있어도,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사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27일 한차례 개선방안 과제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국내 보험산업을 진단하고 방안을 강구한 선결과물이었다.

보험업계의 시선도 배제한 채 진행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보험업계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알맹이가 빠져있었다. 사업비 공개 등 민감한 내용이 빠진 채 기존에 언급됐던 수준에 그친 권고안이었다. 보험업계는 안도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약관 개편과 관련해 이를 알리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자료 =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는 보험약관 개편과 관련해 이를 알리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자료 = 금융위원회 제공

 

◇ 보험약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다

이번은 다르다. 문 대통령의 목소리를 등에 없고, 금융 당국 또한 대대적인 개편을 선언했다. 가장 큰 변화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실무개선 TF는 어려운 한자식 용어와 방대한 내용을 개선할 개획이라고 밝혔다. TF에는 소비자단체, 의학.법률 용어 순화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비자가 읽기 쉬운 약관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그림.도표.삽화도 들어간다. 개편 후에는 얼마만큼 높은 전달력을 가질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금융감독원 내 약관순화위원회도 설치된다. 보험산업 감독혁신 TF를 통해 약관 최적화 프로젝트, 보험약관 자율심사제 등을 도입된다.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보험사의 대표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비율, 수익률 등 핵심정보도 공시된다.

또한 보험협회 내 보험상품 협의기구에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보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어려운 보험약관 사례를 보험협회 게시판에 등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시간 채팅, 챗봇 문답 시스템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그 어느 때보다 보험약관 개편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는 지금이다.

보험약관 개편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국가정책이 소비자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읽기 어려우니 편하게 바꾸라는 대통령의 주문, 여기에 발 빠르게 대안을 모색 중인 금융당국.

남은 것은 보험업계가 개편안을 어떻게 반영할지 여부다. 물론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비자를 중심에 둔 변화는 언제나 반갑다. 이제는 집안 깊숙이 묻어두었던 보험 증권의 먼지를 털어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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