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건수 1337건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 순, “대응방안 검토중"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오너리스크로 저비용항공사의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충분한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14년 전 제주항공이 항공사 면허를 취득하면서 처음 등장한 저비용항공사(LCC)는 해를 거듭할수록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발생 빈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달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부실 회계 논란을 책임지고 전격 사퇴하면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당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항공 산업을 이끌어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여건에 변화가 생긴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는 LCC 3개사에 대해 항공운송 사업면허를 발급했다. 이로써 국제화물 운송사업을 수행하는 에어인천을 제외하면 현재 여객수송을 담당하는 LCC는 기존 6개사에서 9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항공업계는 과당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 항공사의 여객운송량은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LCC는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여객운송량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LCC 점유율은 2014년 10%에서 지난해 상반기 28.7%로 급등했다.
LCC의 추가 신설은 또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바로 조종사, 정비사 등의 확보와 관련한 인력 빼가기 현상이다.
업계는 조종사와 정비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항공사 진입이 ‘인력 빼가기’로 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매년 추가 공급이 필요한 조종사는 700명(기장 300명, 부기장 400명)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양성되는 조종사는 연간 450명 수준(군 100명, 민간 35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심사 과정에서 신규 LCC 운항을 신청해온 회사로부터 조종사의 구체적 명단까지 받아 인력 확보 상황을 확인했다”며 안전우려 문제를 일축했다.
이처럼 LCC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경기 평택시 을)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LCC를 이용한 소비자 가운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건수가 무려 133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운항중인 6개 LCC 가운데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LCC는 제주항공(541건)이며, 그 뒤를 진에어(248건)와 이스타항공(202건)이었다.
소비자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계약불이행, 계약해제, 위약금, 청약철회 등 계약 관련된 신청건수가 1074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부당채권추심 등의 부당행위, 가격 및 이자수수료 등 가격·요금이 뒤를 이었다.
처리결과별로 보면, 정보제공이 596건으로 가장 많았고, 환급(244건), 조정신청(24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유의동 의원은 “LCC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늘어나면서 손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LCC 이용객의 피해가 증가하지 않도록 소비자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의동 의원실에 확인해 본 결과 LCC 소비자 피해 발생 현황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으며 현재 소비자원에서 유 의원의 지적사항과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해 올해 국감 때 보고하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소비자 피해 구제 건수 1위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구제 1위는 현재 아니다. 다소 순위가 내려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 관련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1437건으로 여객의 증가세와 함께 전년 대비 1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로 보면, 해당 항공사 이용자 백만 명당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에어부산이 1.8건으로 가장 적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에어서울이 26.2건으로 백만 명당 피해구제 접수건수가 가장 많았다. 유의동 의원의 국감자료에 1위로 나타난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5.9건으로 다소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