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강세지역인데...샤이보수 표심이 관건"

 4·3보궐선거를 앞둔 경남 창원 성산지역에서 31일 곳곳에서 선거유세전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4·3보궐선거를 앞둔 경남 창원지역의 민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단일후보로 나선 여영국 후보와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의 막판 격전이 매우 치열하다. 

◇ 정의당, 여론조사 우세에도 안심 못 해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는 대대로 보수와 진보의 격전지다. ‘보수 텃밭’인 경남에 있으면서도 창원공단 노동자 비중이 큰 탓에 진보정당이 꽤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 왔다. 17·18대 총선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 총선에는 노회찬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아직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진보 정당이 우세하게 점쳐지고 있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위기감을 직감했는지, 정의당은 지난달 31일 여영국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비상회의를 개최하고 1일부터 ‘48시간 비상행동’에 돌입했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해 당직자와 선거조직원들은 새벽 유세일정을 1시간 30분가량 앞당겨 표심 잡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소비자경제)

◇지역민심 "창원공단 살리는 후보에 표 주겠다"

창원 성산구 가음정 시장은 주일 오후에도 한가로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경기가 역대급으로 바닥”이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창원 성산구 가음정 시장 입구에 걸린 '스타필드 창원 입점반대'현수막.(사진=소비자경제)
창원 성산구 가음정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창원공단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소비자경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그 어느 때보다 선거열기가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이번에는 정말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역민 사이에서 큰 것 같다. 현 정부의 실책이 크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창원지역 한 택시기사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샤이보수가 얼마나 있는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며 여론조사가 다가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런가 하면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50대 남성은 “진보정당이 8년은 더 해야 세상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정의당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지지정당을 결정짓지 못했다는 지역민도 꽤 많았다. 표를 결정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지역민들에게서 정치에 대한 짙은 회의감이 느껴졌다. 지역민들은 한결같이 “창원공단 살리기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창원 경제의 위기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며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끈질기게 추궁하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보선은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는 선거임과 동시에 창원과 통영·고성의 경제를 살리는 선거”라며 “한국당이 두 지역 모두에서 승리해야만 참담하게 무너진 지역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조속히 재개되지 않는다면 협력업체 285개가 문을 닫고, (창원 소재) 두산중공업마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혹시라도 정의당이 당선되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탈원전정책은 경남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문재인정권이 국가경제와 미래의 백년대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좌파이념의 포로가 돼 주변 세력만 챙겼기 때문”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조경태 수석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원전정책을 옹호하는 후보가 당선될지, 탈원전정책을 옹호하는 후보가 당선될지에 대한 선거”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원토박이라는 한 지역민은 “창원지역 경제 침체의 원인을 탈원전으로만 돌리기엔 이미 10년 전부터 어려움이 시작됐다”며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탈원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수주가 2016년 9조534억원, 2017년 5조510억원, 2018년 4조6441억원으로 매년 줄었고, 2016~2018년 사이 직원은 444명이 짐을 쌌다. 53개 사내협력업체 역시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에는 두산중공업의 무리한 두산건설 지원이 한 몫을 차지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1일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 두산건설(지분 75.8%)을 돕기 위해 3000억원의 출자를 발표하면서 우려를 샀다. 2013년 이후 총1조 7000억 원가량이 두산건설을 지원하는데 쓰였다. 

이런 복합적인 사안을 외면한 채 현 정부의 실책만을 강조하면서 이번 선거가 ‘정책 공약’ 중심이 아닌, 흠집내기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분위기다. 

비록 지역 두 곳에서만 치러지는 '미니선거'이지만 이번 선거는 향후 총선 민심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여야 지도부의 사활을 건 싸움의 끝에 과연 누가 웃음을 짓게 될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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