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지진 후 포항 주민 1300여 명 소송 중
이재민 2000여명 시설 피해 5만5095건 직간접 피해액만 3323억원
포항 이재민 대책 여전히 답보 상태…국회는 '네탓' 공방만

2019년 3월 24일 흥해실내체육관의 모습. 2017년 포항지진을 촉발한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발표가 나왔다. 흥해실내체육관에는 두 해를 넘기도록 떠나지 못한 이재민 4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2017년 포항지진을 촉발한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발표가 나오면서 포항 전체가 다시금 술렁이고 있다. 특히 북구 홍해실내체육관에서 두 해를 넘기도록 떠나지 못한 이재민 40여 명은 분노와 기대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 돌아갈 곳 없는 이재민 분노와 기대 교차 

흥해체육관은 2017년 지진 이후 설치된 텐트를 여전히 치우지 못한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빈 텐트가 많아졌다는 것. 시에서 제공하는 밥차로 끼니는 해결하지만 두 해를 넘기도록 좁은 텐트안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오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이재민들의 하소연이다. 

시에서 나온 공무원은 “주택이 반파로 판정받으면서 주거 이전을 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이재민 40여 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반파라고는 하지만 가전제품이며 집기들까지 모두 깨지고 엉망이 돼 거주는 불가능한 탓에 이재민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다. 아무렇게나 널어놓은 빨래며 잡동사니들이 이재민들의 불편하고 피로했던 삶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흥해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억울하다는 듯 성토했다. 

이재민 김성희(가명) 씨는 “닭장보다 더 한 곳에서 살면서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신옥순 씨는 “지진으로 삶이 통째로 바뀌기 전에는 매우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 지난겨울 좁은 텐트안에서 작은 핫팩에 의지해 생활하며 대상포진으로 고생하고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우리는 처음부터 인재라고 했는데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포항주민들조차도 우리더러 생떼 쓴다. 국고 축낸다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큰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안정된 주거권을 되찾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작은 희망을 내비쳤다. 

(사진=소비자경제)

◇ 지진피해 대책 마련 험로 예상 

여전히 안정적인 거주지를 찾지 못한 이재민 40여 명이 체육관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포항 주민들조차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이다. 포항시민 김재덕(가명) 씨는 “다 안정적인 주거지로 이주한 줄 알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고향에 너무 큰 선물을 안겨줬다”고 비꼬듯 말했다. 

흥해읍 이곳저곳 위험구역으로 설정돼 출입이 통제돼 있었으나, 안전 가림막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다. 흉물처럼 여기저기가 깨지고 금이간 아파트 단지는 누구든 쉽게 접근이 가능했고, 떨어져나간 벽돌 조각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사진=소비자경제)
지진으로 균열로 큰 틈이 벌어질 정도로 금이 간 포항 한 맨션이 정부 안전정밀 검사를 통과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주민들이 소송 중이다. (사진=소비자경제)

출입이 통제된 아파트 단지 옆으로 정부 안전정밀 검사를 통과했다는 한미장관맨션은 정부와 소송 중이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23년전부터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아파트 주민들이 검사원을 불러 자체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E등급이 나와서 정부와 소송중이다. 이달 14일 1차 소송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내 130가구 중 30여가구는 도저히 이사를 갔으나 갈 곳 없는 100가구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며 “비만 오면 물이 새서 퍼내야 하고 금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포항시 전체로 보면 한 한두 지역도 아니고 피해가 어마어마하니 보상이 늦어지는 건 감수해야하지 않겠느냐”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7년 지진 후 포항 주민 1300여 명이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다 이번 발표로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피해주민 혼선을 줄이기 위해 소송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진피해 배상 대책을 두고 사회단체별로 각기 다른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 그만큼 특별법 제적이나 소송문제 해결 과정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6일 국회와 청와대를 잇따라 방문해 포항지진에 따른 종합지원대책 마련과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이재민 2000여명과 시설 피해 5만5095건 등 직간접 피해액만 3323억원이다. 자연지진이 아닌 지열발전소로 인한 인재로 밝혀진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네 탓 공방’에 바쁜 정치권을 바라보며 피해지역 주민들이 또 다시 상처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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