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익 조합으로, HUG 분양보증 惡用

정부 규제에 움츠러든 주택시장.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올해들어서도 서울 주택시장의 거래가 감소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정부 규제에 움츠러든 주택시장.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올해들어서도 서울 주택시장의 거래가 감소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고 국내 주요 건설사의 주택 분양이 완판되는 언론보도 등으로 겉으로 보기에 건설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속사정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가 늘 ‘힘들다’고 주장하는 것이 괜한 엄살 부리기가 아닌 진짜 어려움의 성토란 평가다.

수 년전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대형 대규모개발사업(SOC) 관련 예산 삭감에 공공부문 물량 축소에도 건설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주택사업이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로 한파를 맞고 있어 건설사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선 SOC 사업 등 관급공사 발주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정부의 건설산업 정책기조가 생활 SOC 사업 확대와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 등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SOC 예산은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반등할 가능성도 크다.

SOC 예산은 지난 2015년 24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감소해 2018년 19조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19조8000억원으로 국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 증액됐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토목 관련 수주 회복이 기대되지만, 당장 일감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주택시장 매수심리 위축 아파트값 약세 지속 

정부가 최근 발표한 24조원 규모의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 역시 발주까지는 1∼2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23개 사업(SOC 18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지만, 기본계획과 설계작업을 거쳐 실제 공사 집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주택 부문도 결코 장밋빛 미래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건설 수주는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인 2014년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5년 158조원 ▲2016년 164조9000원 ▲2017년 16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SOC 예산 축소와 주택시장 억제정책까지 나오며 2018년 수주는 154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지난해 9월 나온 초강력 규제 정책 영향으로 주택시장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초 조사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14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주택거래가 극도로 침체했던 2013년 이래 최장기간 하락이다.

최근 부동산 분위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분양업계에서도 상당수 사업이 연기될 수 있다고 본다. 2년 만에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한 단지도 나왔다. 올해 예정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턱밑까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올해 서울 청약 성적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았다. 정비사업 특성상 조합이 분양가 책정을 주도해 건설사가 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주택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분양이 완료되더라도 이익이 조합으로 돌아간다”며 “건설사는 시공에 따른 공사 대금만 손에 쥘 수 있다”고 재건축 위주인 서울, 수도권 아파트 분양 러시에도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일부 언론에 완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서울 시내 모 단지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 보니 당첨된 사람들이 막상 계약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이나 HDC현대산업개발 등 회사가 신축 부지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이들 회사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열기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가를 통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을 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보증이란 분양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HUG에서 시공 및 분양 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라며 “하지만 최근 분양보증은 사실상 고분양가 통제장치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HUG는 지난 2017년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통해 서울·과천을 포함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1년 이내 인근 신규 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10% 이상이면 고분양가로 판단해 분양 보증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분양보증의 이같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일부 재개발조합에서는 HUG의 분양보증 없이 시공자 연대보증만 있어도 가능한 후분양제를 택하기도 했다. 후분양제는 착공부터 분양 시점까지 오른 주택가격 상승분이나 이자비용, 공사비를 비롯한 물가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해 선분양제 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HUG가 분양보증을 고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현시세의 60% 정도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분양수입 하락으로 인한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며 “목적은 다르지만 정부에서도 후분양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재건축단지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 역시 핵심지역의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제안하는 추세다. 2017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시공자 선정에 참여했던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불을 지폈다.

양사 모두 분양시기를 2~3년 늦추면 그만큼 일반분양가를 더 올릴 수 있는 점을 조합에 적극 홍보하며 후분양제 도입을 제안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도 입찰과정에서 조합 측에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하며 조합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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