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도 선거로 발주 연기된 탓
동남아 SOC, 신도시 개발 돌파구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올 들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 났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실적은 18일 기준 4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48% 줄어들었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실적은 18일 기준 4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48% 줄어들었다.(사진=소비자경제DB)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실적은 18일 기준 41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48% 줄어들었다.(사진=소비자경제DB)

현재까지의 집계만으로 올해 전망을 파악하기는 이르지만 해외수주실적은 지난 2015년 크게 떨어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1분기가 끝나가는 가운에 해외 건설수주 금액이 반토막 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올해 해외 수주와 관련 1년 농사가 망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태국과 인도 등 총선을 앞둔 나라들은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사업 발주나 계약 일정이 평소보다 늦어진 탓도 있다고 설명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 (정부가)사업을 계획해서 이듬해 연초에 발주하고 연말쯤 입찰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데, 총선 등 선거 문제가 걸린 나라가 많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사업 발주나 계약 체결 시기가 예년보다 2개월 정도 늦어져, 3월로 밀린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발주처나 건설사가 입찰을 마치고 계약 시기만 가늠 중인 사업건들도 많기 때문에, 1분기 수주 성적표만 놓고 올해 전체 실적을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지역은 아시아다. 국내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성장 동력이 남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토목·건축 사업과 신도시 건설 사업 분야에서 새 일감을 찾는 중이다.

실제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하던 2010~2011년에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 중 3분의 2가 중동 국가들이 발주한 사업일 정도로 중동 쏠림 현상이 심했지만, 지난 2015년부터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 정도로 중동 수주액을 추월했다.

석유화학 생산설비와 반도체 플랜트 분야가 강한 SK건설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 쏠렸던 해외 사업의 무게추를 동남아시아로 어느 정도 옮긴 상태다. 베트남에서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를 따냈고, 홍콩에서는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오룽반도 중앙간선도로 중 야우마따이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 건설 사업의 동·서부 구간을 모두 수주한 상태다.

◇업계, "현지 종교와 문화, 제도 등 사전 학습 필수"

GS건설과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정부가 한국식 경제 모델에 관심을 가진 데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도가 높은 베트남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신도시 건설이나 철도 교통망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베트남의 경제수도인 호치민 인근에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을 맡았다.

올해 초 개발사업본부를 신설한 한화건설은 복합사업과 자체사업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해외 토건사업과 국내 토건사업을 건설 부문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해외시장에서는 회사가 신도시와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기획·제안하는 쪽에 무게를 실을 예정이다.

실제 한화건설은 지난 2010년부터 이라크에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 단계적으로 완공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시장 진출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실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법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보다 사업 진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꼽히는 동남아시아로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현지의 종교와 문화, 제도 등에 대한 사전 학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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