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28년 염원 풀고, 3년간 1위…BMW, 7년간 1위 자리내줘
신차전략 對 마케팅전략 ‘팽팽’…서로 다르면서도 서로같은 행보
일본랜드, 추격도 만만치 않아…“트렌드 따라 업체 희비 엇갈려”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2010년대 들어 최근까지 국산차가 저속 기어로 달리는 동안 국내 진출한 수입차 업체들은 고단 기어를 통해 쾌속 질주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업계 1, 2위를 놓고 업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싸움이 볼만한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를 놓고 벤츠와 BMW의 경쟁이 볼만하다. 비행기 프로펠러를 형상화 한 (왼쪽부터)BMW의 엠블럼과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
국내 수입차 업계 1위를 놓고 벤츠와 BMW의 경쟁이 볼만하다. 비행기 프로펠러를 형상화 한 (왼쪽부터)BMW의 엠블럼과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수입차 신규 등록은 모두 1만5885대로 전년 동월(1만9928대) 보다 20.3% 줄었다.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와 일부 브랜드의 물량 부족에 따른 하락이라는 게 KAIDA 윤대성 부회장의 말이다.

다만, 한국에 진출한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지난달에도 벤츠가 3611대를 팔아 수위를 기록했다. 이어 2340대를 판매한 BMW가 역시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1987년 단독 진출한 벤츠는 진출 첫 해를 제외하고, 줄곧 업계 1위에서 밀렸다. 실제 벤츠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줄곧 BMW에 이어 2위를 기록해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기가스 조작)가 터지면서 2010년대 국내 디젤 수입차 돌풍을 몰고온 BMW가 이 사건으로 큰 타격을 받자, 벤츠가 속도를 높였다.

BMW는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SUV X2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X7을 내놓는 등 신차를 선보이면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X7. (사진=BMW코리아)
BMW는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SUV X2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X7을 내놓는 등 신차를 선보이면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X7. (사진=BMW코리아)

디젤과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해치백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로 인해 벤츠는 2016년 5만6343대를 팔아 BMW(4만8459대)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28년만에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이어 벤츠는 지난해까지 업계 1위, BMW는 업계 2위를 각각 고수하면서 양사의 위상이 뒤집혔다.

번면, 올해 양사의 승부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BMW의 판매 하락세가 더 가파르지만, 벤츠의 감소세 역시 만만치 않고 양사의 판매 전략이 서로 다르면서도 같기 때문이다.

벤츠는 올해 1∼2월 모두 940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31.3%(4294대) 판매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BMW는 56%(1만1525대→5066대) 역시 판매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BMW는 지난해 하반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2 등 SUV 라인업을 통해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2010년대 들어 SUV 판매가 성장하고 있어서 이다.

BMW코리아는 중형 세단 3시리즈의 새로운 모델도 내놓는다. (사진=BMW코리아)
BMW코리아는 중형 세단 3시리즈의 새로운 모델도 내놓는다. (사진=BMW코리아)

여기에 BMW는 대형 SUV X7을 상반기에 선보이고 X2,3,4,5,6,7 등 소형부터 중형, 대형에 이르기까지 SUV 풀라인업으로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10년대 자사 정장세를 주도한 중형 세단 3시리즈의 새로운 모델도 내놓는다. 인기 세단과 SUV 투톱 전략인 셈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이 선호하는 차량은 변한다”면서도 “앞으로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차량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라인업이 풍부한 벤츠는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한다. 판매와 함께 대(對)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최근 벤츠코리아는 구리 통합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새롭게 마련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설계된 구리 통합전시장 방문 고객은 통합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 ‘세일즈 터치’와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시 차량과 선택 사양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이달 초 새롭게 단장한 구리 통합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마련했다. (사진=벤츠코리아)
벤츠코리아는 이달 초 새롭게 단장한 구리 통합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마련했다. (사진=벤츠코리아)

벤츠코리아는 전국에 55개 전시장과 65개 서비스센터, 21개의 인증중고차 전시장 등을 통해 올해 업계 1위를 수성하다는 계획이다.

벤츠는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를 통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이번 운전 교육은 메르세데스-AMG 본사에서 개발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는 180여명의 고객이 참가했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참가 고객을 530명으로 크게 늘리고, 심화된 이론 교육과 실전 주행 등 보다 전문적인 주행 분석과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고객에게 벤츠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국내 고성능 차 시장의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벤츠는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를 통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인다. (사진=벤츠코리아)
벤츠는 자사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를 통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인다. (사진=벤츠코리아)

일본 토요타의 약진도 올해 관전 거리이다.

벤츠와 BMW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토요타와 토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각각 43.4%, 5.8%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두 브랜드는 각가 12.5%, 24.8%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업계 순위 3위와 5위를 지켰다.

최근 들어 친환경차량이 대세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운용하고 있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BMW는 제한적인 라인업으로 다소 불리한 형국”이라며 “차량 트렌드에 따라 업체 희비가 엇갈린다. 당분간 벤츠의 약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에는 친환경 디젤차가 현재는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등으로 천덕꾸러기가 됐다”며 “고체연료 자동차가 사양세인 만큼, 전기차, 하이브리 등 친환경차 판매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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