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
김필수 교수.

[소비자경제신문 정수남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지경에 놓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관련 업체들이 그동안 수출로 간신히 수지타산을 맞췄으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수출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하락세를 기록했다. 실제 2011년 315만1930대이던 자동차 수출 물량이 지난해에는 244만8642대로 2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5.3%(147만2552대→155만2346대) 상승에 그쳤다. 지난 8년 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인 점을 감안하면 내수 판매 역시 지난 8년 간 마어너스 성장한 셈이다.

여기에는 각각 업계 1, 2위인 현대자동차와 기차아의 판매부진이 영향을 미쳤지만, 마이너 3사의 약세가 더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GM 사태는 일단락이 됐고, 내수에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쌍용차는 수출만 회복하면 된다. 쌍용차가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점을 간안하면 올해가 반전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르노삼성이다. 2010년대 초처럼 역성장세가 두자리수를 보이고 있지만, 특단의 조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기업 프랑스 르노는 르노삼성을 위협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경제신문이 김필수 교수를 단독으로 만나 르노삼성 등 최근 국내 자동차산업을 진단했다.

- 자동차산업 담당 기자로 현재 국산차 업계는 보면 살이 떨리는 정도로 심각하데요.
▲ 그렇죠. 국내 자동차산업은 위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비용 저생산 이라는 고정적 공식과 함께 내수경기 역시 일자리 창출이 더뎌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정부가 ‘소득 위주 성장’을 주제로 내세우고 노력한다고는 하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정부의 친기업 성향은 상이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 국내 투자는 더욱 악화됐고, 해외 투자만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도 협약은 했지만, 민주노총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산차 5사도 비슷한 상황이며, 이중 현대기아차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습니다.

- 마이너 3사의 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 핵심이죠? 쌍용차는 그나마 선전하고는 있으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만 이뤄진 라인업의 한계와 함께 라인업도 디젤차 중심이라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등 미래에 대한 전략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국GM은 더 문제인데요.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신차 출시보다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 등 향후 철수를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우수한 신차를 선보여 점유율을 높이고 국내에 존재하는 이유를 입증하는 게 핵심입니다.
르노삼성의 고민은 더욱 심각합니다. 계속되는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르노 본사가 경고에 나섰기 때문인데요. 최근 르노는 르노삼성의 파업이 지속될 경우 로그의 후속 물량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2010년대 초 르노삼성의 내수 하락세가 50%에 육박하자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방한해 부산 공장의 합리하 조치를 발표했죠. 이로 인해 2013년부터 닛산의 로그를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산공장은 로그 생산이 절반 이상을 자치하고 있어, 로그가 빠지면 공장의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다만, 소형 전기차 트위지 생산시설을 최근 스페인 공장에서 부산으로 옮긴다고 결정한 게 다소 위안이네요.
문제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자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에 악재입니다.

- 이들 악재를 극복한 해결방법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 확실한 대책을 내지 못하면 위기가 눈덩이처럼 커져 한국GM보다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노조 파업부터 풀어야 합니다. 국산차 업체 가운데 내수 판매와 점유율이 최하위인데 급료 인상은 무리입니다. 급료 인상 등은 회사가 살아날 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향후 어려움이 가속화 되면 결국 구조조정 등 강력한 정책이 진행되는 만큼 지금은 노사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회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노조도 없죠?

- 르노와 르노삼성의 획기적인 전략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고리타분한 SM 시리즈와 QM시리즈 등과 같은 모델로는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모든 연령층을 고려한 파격적이고, 특화된 모델이 필요합니다.
르노삼성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참조할 필요가 있겠네요. 벤츠는 수년 전부터 전향적인 차량 내외부 디자인과 선택사양, 다양성 등을 가미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죠. 2016년부터 3년째 국내 수입차 업계 1위에 올른 이유입니다. 벤츠가 1987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뗐습니다.
르노삼성 역시 르노와 같은 차종보다는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한 디자인이나 선택사양 등을 가미하면 좋겠죠.
여기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등을 통해 QM3와 같은 차종도 필요하고요. 현재 르노삼성에는 SM6 같은 특화된 모델이 절실합니다.
동시에 트위지의 개선을 통해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 시장도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 최근 미세먼가 기승을 부리고, 주요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트위지 같은 친환경 전기차가 필요할 지 싶습니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25일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육군사관학교 입학식이 진행됐는데요.
▲ 미세먼지로 국민 스트레스가 늘고 있습니다. 2∼3년 전부터 미세먼지 문제가 일상화 됐습니다.
종전 봄에 황사만 있었는데,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 문제가 연례적이 됐네요. 다만, 정부 대책도 미흡하고, 정책 효과도 느끼지 못할 정도라 그 심각성이 더 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있기나 한가요.
▲ 하하, 미세먼지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되는 게 아니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국민이 믿고 따른다는 것입니다.
총리 산하로 관련 위원회를 이관했는데, 위원회가 단순한 자문으로 끝나고 정책은 정책대로 따로 움직이는 기존 관행대로 진행된다면 거수기 위원회와 다를 바 없습니다.

- 미세먼지의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꼽히면서, 친화경 자동차가 대세로 자리했는데요.
▲ 현재 정부는 이와 관련 자동차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인데요. 전체 미세먼지 가운데 자동차 책임은 15~22% 정도인데 마녀사냥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좀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정부가 자동차를 희생양으로 삼는 모습을 지양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텐데요.
▲ 미세먼지 유발은 특성이 있습니다. 현재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발이 50% 이상이고, 이외에는 노후 자동차, 석탄화력발전소, 공사현장, 생활 미세먼지 등 다양합니다.
게다가 대도시와 지역별 원인이 상당히 다르며, 시기별, 계절별, 요일별로도 다릅니다.
지역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현재 정부 대책은 아직 이 같은 부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미세먼지 문제를 애먼 자동차로 모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과 데이터 등으로 신뢰할 수 있는 맞춤 대안을 내야 합니다.

- 정부 정책에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한데요.
▲ 현재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익일 5등급 차량은 서울시 등 대도시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기존에 정부는 클린 디젤이라고 디젤차 보급을 촉진했는데, 이제는 정책을 거슬러 진행하는 만큼 정책에 대한 국민 반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5등급 분류의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 연식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이죠. 관리 상태에 따라 극과 극인 경우가 바로 자동차인데 단순하게 연식으로만 진행한다면 자동차 관리를 잘 한 소비자는 억울하죠.
정부가 연식이 아닌 정밀한 검사 제도 도입을 통해 객관성을 기해야 합니다. 현재의 무대포식 개념의 통제는 반발을 부른다는 점을 정부가 알아야 합니다.

-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 유통 시 벌칙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는데요.
▲ 인증을 필수로 하고 있으나 간이측정은 간이인 만큼 무리하게 정부가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오차가 심해도 간이인 만큼, 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정부가 반응하지 말라는 거죠.
정부의 신뢰 있는 미세먼지 정책인 먼저이고, 무리한 정책 시행은 정부의 자괴감만 시인하는 꼴입니다.

- 문제는 중국 아닌가요? 중국이 우리나라 국익에 가장 중요(수출 1위)하면서도, 또 가장 골칫거리인데요.
▲ 미세먼지의 과반이 중국에서 오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중국의 발뺌식 변명을 확실히 지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심각성을 알리는 자리가 많아져야 합니다. 객관적인 정보 확보를 통해 확실한 대처와 당당한 요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정부가 한중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겠네요.

-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르노삼성 등 자동차산업의 회복과 미세먼지, 상호 대립적인 요소인데요.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가 총리실 산하로 격상된 만큼 형식적인 위원회가 되지 않기를 요청합니다. 자동차는 죄가 없습니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전후방 산업에 파급 효과가 막대한 자동차산업 회복을 위해 민관이 함께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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