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시민회의 "TF구성부터 교수집단 중심, 취지 맞지 않아"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로 세대교체성 인사를 단행한 금융감독원 윤석헌 원장의 행보와 내부 조직 재편에 따른 변화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권지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27일 법률, 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보험 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팀(TF)이 내놓은 보험산업 혁신 권고안을 발표했으나 TF구성부터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혁신 권고안 마련은 자살보험금·즉시연금·암보험 등을 둘러싼 보험 분쟁으로 보험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끊임없니 추락하고 있어 보험 산업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 구성한 TF에는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 경희대 성주호 교수, 숭실대 김범 교수, 외대 김은경 교수, 전북대 양기진 교수, 인천대 성영애 교수, 중앙일보 나현철 논설위원, 안경철 보험연구원이 포함됐다. 

이렇게 꾸려진 TF는 약 4개월 동안 2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상품·약관, 보험판매, 보험금 지급, 민원·분쟁, 공시 등과 관련한 50개 권고과제를 마련했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자체 추진할 수 있는 21개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29개 과제는 금융위원회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제 12차 항의집회를 열고 조속히 민원을 해결해 줄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제 12차 항의집회를 열고 조속히 민원을 해결해 줄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TF가 가장 먼저 제시한 혁신과제는 보험약관의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일이다.

그동안 보험회사의 약관은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난해하고 불명확해 보험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30일까지 국내 14개 손해보험사의 14개 의료손실보험 약관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추천할만한 특별히 우수한 약관은 없다"고 결론 냈을 정도로 약관 개정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6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보험약관을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TF는 금감원 내에 '약관순화위원회'라는 약관 관련 전문위원회를 설치·운영키로 했다. 

연령·학력·성별·직업군별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3년마다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이를 통해 보험 약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 약관을 일반 소지자 눈높이에 맞춰 개선할 수 있도록 '좋은 보험상품(약관) 만들기'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보험회사가 스스로 약관을 심사하는 자율심사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TF는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변액보험과 같은 상품에 대해 미스터리쇼핑(암행평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보험금을 제때 주지 않는 보험회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보험금 지급 관련 지표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도 담았다. 

보험금 부지급률을 건수가 아닌 금액 기준으로 계산하고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거나 지급을 미룰 경우 그 이유를 상세히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도록 할 방침이다. 

TF는 또 금감권 내에 권위 있고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금융소비자 분쟁조정을 위한 전문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보험협회 누리집에서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선택할 때 알아야 하는 핵심사항을 1쪽 이내로 간결하게 정리해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비자가 보험상품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 비교공시 표준양식을 개발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금감원은 혁신 TF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약관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TF 구성이 애초에 교수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져 취지를 살릴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법률용어와 의학용어가 많은 약관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개정한다고 해도 대학교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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