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 최빛나 기자] 제 1세대 국내 중저가 화장품 종목들이 생존 기로에 빠졌다. 중국 사드와 무역전쟁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 경기침체까지 가세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화장품 주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화장품 브랜드 불황에 성장 둔화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596억원, 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1% 증가했다. 핵심 브랜드로써 매년 20~30%의 폭풍성장하던 것에 비하면 성장이 다소 둔화됐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에뛰드의 매출 572억원으로 2% 감소했으며 적자도 61억원으로 늘었다. 에뛰드는 국내 매장 정리와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

이에 1세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 팽배하다. 여기에 H&B(헬스엔뷰티) 스토어의 성장까지 겹치면서 원브랜드숍의 몰락을 부추겼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불확실성에 대한 면세채널의 적극적인 방어 전략 부재와 H&B 스토어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와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화장품 브랜드숍의 경쟁력 약화되고 있다"면서 "히트상품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정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H&B 시장 '1조 7000억' 달성

이와 달리 국내 1위 H&B숍인 올리브영 매출은 2015년 7603억원에서 지난해 1조436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381억원에서 688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GS리테일과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H&B 사업에 뛰어들면서 화장품 편집숍 시장에서도 유통 공룡들이 맞붙는 각축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국내 H&B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조7000억원으로 2000억원에 불과했던 2010년에 비해 8.5배 성장했다.

원브랜드숍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수 년 전부터 해외 시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 화장품기업들 '생존전략'에 집중

이와 함께 중국사드, 무역전쟁 등의 사회적인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화장품 기업들의 경영조건까지 악화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살길을 찾아 나섰다.

2016년 적자 전환한 네이쳐리퍼블릭은 그동안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비용을 줄여 올해 상반기 겨우 흑자를 달성했다. 미샤·어퓨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상반기 나란히 적자 전환했다.

잇츠한불은 최근 색조화장품 전문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안느를 인수했다. 스킨케어 등 기초제품에 편중된 잇츠한불의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기 위함이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은 130여개에 이르는 중국 내 매장을 점차 줄이다가 올해 5월경에는 모두 문을 닫았다. 유통채널 효율화를 위해 운영비가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현지 인기 H&B스토어인 '왓슨스'와 온라인 채널에만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에이블씨엔씨도 2300억 원의 성공적인 투자유치와 맞물려 지난해 일본 내 미샤 직영매장을 열기보다 현지 드럭스토어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향으로 유통방식을 바꿨다. 국내에서는 기존 가맹점들의 수익을 잠식할 수 있는 탓에 H&B숍이나 드럭스토어 입점에 나서기는 사실상 어렵다.

앞서 원브랜드들의 대응으로 소망화장품(현 코스모코스)·한국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 등 K뷰티 1세대 기업들이 일제히 위기를 겪었던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이들 기업은 원브랜드숍이 이끈 시장 지형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러한 선례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자사 편집숍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모레의 '아리따움'과 LG생건의 '네이처컬렉션'은 최근 자사 브랜드만 입점하던 기존 방침을 깨고 타 기업 제품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A 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변해가는 시장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 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을 세워두기 위해 모든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현재 뷰티 기업들은 매일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하루빨리 풀려야 화장품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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