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O경쟁사 출신, 자사 직원으로 채용...입찰 등서 유리한 고지 선점
흔들리는 의약유통업계 생태계...케어캠프 직원3명에 압수수색 진행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에 자리한 지오영 사옥과 조선혜 회장.(회장 사진=한국의약품유통협회 사이트 캡처)

[소비자경제=정수남 기자] 지오영의 회장직과 계열사 케어캠프 대표를 각각 맡고 있는 조선혜 회장이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병원 물품 구매대행 업계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2년 의약품과 의료용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창립한데 이어, 출범 11년만인 2013년 지오영을 매출 1조원의 중견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현재 지오영의 매출은 3조원대에 이른다. 조 회장은 이러한 급성장을 기반으로 2014년에는 삼성물산 계열사이면서 병원의 진료재료 구매대행업체(GPO)인 케어캠프를 인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실제 케어캠프는 2015년에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구매대행과 원내물류 서비스를 시작했고, 영남대의료원 원내물류, 명지병원 구매대행, 존슨앤존슨 통합 구매 물류대행 등을 진행했다.

2016년에는 이화여대동병원 구매대행과 원외물류 유통을, 우즈베키스탄 심장병원 의료장비 공급 등을 각각 수주했다. 이듬해 한국의료지원 재단과 치매환자 진단비 지원 양해각서(MOU) 체결하고 중앙대학교병원 구매 · 물류대행 등을 따냈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의 구매대행과 건국대학병원 구매대행과 원내물류 입찰을 재수주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위고그룹과 국내 제조사 3자 MOU를 체결했고, 하반기에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과 서울병원의 GPO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케어캠프 인수 3년여만인 2017년 매출 4232억원을 올리면서 종전 업계 1위 이지메디컴(대표 진재희, 3629억원)을 따돌리고 1위에 등극했다.

이 과정에서 케어캠프는 경쟁사 직원을 대거 영입해 단기간에 수직상승하는 경영성과를 올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밀유출수사팀은 지난달 하순 케어캠프 직원 3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지메디컴이 자사 출신인 이들 직원 3명이 산업 기밀유출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

경찰 수사팀은 이들 직원의 컴퓨터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들 직원은 모두 이지메디컴 출신으로, 이중 한명은 케어캠프의 구매 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케어캠프 관계자는 “이들 직원 가운데 한명은 한양대병원에서 고용 승계를 요청한 직원이며, 다른 한명은 이지메디컴을 퇴사하고 케어캠프에 입사한 경우”라며 “나머지 한명은 종전 자사에 근무하다 이지메디컴으로 이직한 후 다시 지난해 4월 정식 채용 절차를 통해 케어캠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케어캠프는 이지메디컴을 무고죄와 업무방해죄 등으로 맞고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어캠프는 지오영 사옥에 자리하고 있다.
케어캠프는 지오영 사옥에 자리하고 있다.(사진=소비자경제)

케어캠프 측은 한양대 구리병원의 구매대행을 지난해 9월, 10월에는 한양대 서울병원의 구매 대행을 각각 수주한 점을 고려하면 무고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종전 이지메디컴이 한양대병원의 GPO이었고, 이들 3명의 직원이 모두 이지메디컴 출신이지만 케어캠프가 이들 직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이용해 한양대병원의 입찰에 응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시점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과 검찰, 법조계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수사대 산업기밀유출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법원이 경찰과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압수수색 영장을 발급한 것은 산업기밀유출에 대한 상당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현재 수사팀은 압수품을 분석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들 3명의 직원과 케어캠프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며 “분석과 조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 역시 “경찰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경우 그 필요성을 서면에 적시해야 한다”면서 “경찰과 검찰, 법원 등이 산업기밀 유출 내용 등 주요 위법혐의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캠프, 회사 개입 일부 시인

반면, 케어캠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GPO 업계는 이직이 잦은 곳 중에 하나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직원들에 대해서만 진행됐고, 회사와는 무관하다”면서 “이들 직원이 (이전 직장의 관련 자료를)업무에 활용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진이 압수수색 이유와 이들 직원이 어떤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는지 등을 묻지 않는데도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음을 시인했다. 이를 감안하면 케어캠프가 이지메디컴의 중요 영업 자료를 활용했을 개연성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조만간 입찰이 진행되는 서울아산병원과 백병원(5곳) 등이다. 현재 이들 병원의 GPO가 이지메디컴이기 때문이다. 통상 병원과 GPO는 2~3년 계약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밖에 케어캠프는 2017년 매출 2522억원으로 동종 업계 3위인 평화드림(대표 박상수)의 직원 1명을 고용해 구매본부장의 직책을 맡겼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와 관련, 평화드림 인사팀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GPO는 수천 품목을 구매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품목의 가격과 병원이 품목별로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등의 자료는 영업비밀”이라며 “경쟁사가 이들 정보를 알고 있을 경우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케어캠프 관계자는 “가진 자(이지메디컴)의 또 다른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지메디컴은 오히려 케이캠프의 눈치를 보고 있다.

케어캠프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
케어캠프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사진=소비자경제)

조 회장이 업계에서 워낙 강성으로 이름난데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등을 맡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자사에 자칫 불이익이나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이다.

한편,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상으로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 목적에 위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며 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처벌규정과 손해배상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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