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적폐 사안 제쳐두고 금융당국 갈등 피해는 금융소비자의 몫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금융감독원 내년(2019년) 예산이 올해보다 2% 감소한 3556억 원으로 확정됐다. 금감원 경영평가가 C등급을 받은 데다 예산이 2년 연속 삭감되면서 금융위가 금감원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금감원 예산을 총 3556억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지난해보다 1% 줄어든 것에 이어 2년째 예산 삭감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지적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논의 등을 이유로 금감원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도 올해 초 금감원 경영개선을 전제로 공공기관 지정을 1년 유예키로 했다. 금융위가 분담금 관리위원회 예산지침·수입예산 범위 내, 공공기관 수준, 정상적 사업예산은 적극 지원, 부대의견 미 이행 심사 엄격 등 4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금감원 예산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비 항목은 올해보다 약 5%(39억원) 감소한 764억 원으로 책정됐다. 교통비나 식대를 줄이라는 셈이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올해(2104억원)보다 17억원(0.8%) 인상된 2121억원으로 결정됐다. 금융위는 고임금 공공기관과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총인건비 상승 한도 안에서 금감원 스스로 인력 정원, 호봉 등을 편성·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지껏 연봉제나 연공제별로 인건비를 별도 편성해 인력 조직 규모에 맞게 예산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정해진 인건비 안에서 조직 운용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인력 운용 방침은 감사원이 지난해 상위 직급을 현행 45.2%에서 30% 수준까지 낮추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사업예산은 금감원 요구액 전부 받아들였다. 올해(272억원)보다 20억원 증가한 292억원이다.
내년엔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감독 시스템 구축 등 신규 사업 7개에 77억원이 사용된다. 이밖에 홍보나 보험사기 예산이 전액 수용됐다. 금융교육이나 훈련, 국제회의, 해외사무소 관련 예산은 조정됐다.
그런데 이러한 예산 삭감이 금융위가 금융감독원을 길들이기 위해서라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10일 2017년도 경영평가에서 금감원을 ‘C등급’으로 평가하면서부터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경영평가는 외부위원들에 의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노동이사제, 키코사건 재조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게 조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각종 이슈와 현안을 갈등하는 모습을 비춰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대한 경영평가 배점 평가항목 중 비례량평가인 정성평가가 80%이상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논평을 통해 “17일 금감원 경영평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위를 상대로 ‘2017년도 금융감독원 경영평가 자료일체를 공개해 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의 지속되는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금융소비자들”이라며 “해결되지 않은 금융적폐와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가하게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