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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갈 길 먼 소비자집단소송제...논의 조차 부실
[이슈] 갈 길 먼 소비자집단소송제...논의 조차 부실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8.12.04 0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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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화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소비자 집단소송제 도입이 절실한 가운데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하다는 지적이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의 집단소송법은 2004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이 제정된 이래 10년이 넘도록 확대 도입을 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올해 1월에는 정무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소비자집단소송법'을 발의했고 9월에는 법제사법위원회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 소비자 집단소송법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는데...

소비자 집단 소송 법안을 마련해 소비자 권익을 증진시키고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2014년 1월 카드사 신용정보 유출사건,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 사건, 2015년 7월 송학식품 대장균 떡볶이 사건, 2015년 9월 폭스바겐 배기가스 사건, 2016년 7월 웅진코웨이 얼음정수기 사건, 2016년 9월 이케아 말롬 서랍장 사건, 그리고 매년 터지는 개인정보유출사건 등의 공통점은 모두 동일한 피해가 다수 소비자에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소비자 피해는 매년 반복되지만 피해를 준 업체들이 제대로 사과하고 보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1년 11월 4일 보건복지부의 동물독성실험결과 가습기 살균제와 원인미상 폐질환과의 관계를 공식 인정하는 발표가 있은 후 5년 만인 2016년 5월에야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과를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벼랑 끝에 몰린 후에야 사과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소송 전을 벌여 손해를 입증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집단소송제도와 같은 입법이 미비한 까닭에 다국적 기업을 대상대로 한 리콜 등에서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2015년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으로 홍역을 치룬 폭스바겐의 경우 미국에서는 도합 155억 3300만 달러 지급이 결정됐고 배기가스 비리에 가담한 기술자에게는 3년 4개월의 금고형을 부과했다. EU에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이 진행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손해배상이나 리콜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국내에서만 40회 이상의 화재가 발생한 BMW 사태와 관련해서도 한국은 유럽 등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리콜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 '소비자 집단소송제'...미국식 VS 유럽·일본식 

전문가들은 집단소송과 관련한 제도 중 우리나라에 필요한 제도들을 적정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논의되는 안으로는 크게 미국식과 유럽식, 일본식을 예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식은 피해를 본 소비자가 한 명이라도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피해를 입은 전체 소비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대표소송제의 특징을 지닌다. 
 
반면 프랑스식은 소비자 단체가 소비자를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의 위법이 확인되면 소비자에게 수권을 위임받아 손해 배상을 대신해 주는 방식이다. 또 독일식은 소비자 단체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배상액을 국고로 환수시키고 소비자에게 일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또 일본의 경우 위법성에 대한 확정단계와 손해배상액의 확정단계를 이원화하는 2단계 집단소송제를 택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손영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단 소송과 단체 소송은 용어는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의미”라면서 “우리나라는 개인보호가 취약한 만큼 미국식 집단소송법인 이른바 PUT OUT형 집단소송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비자단체 소송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단체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됐을 때만 앞장서는 정도로 크게 활성화하지는 못한 만큼 유럽식 도입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상명대학교 소비자학과 양세정 교수는 "미국식을 도입할 경우 기업들에게 너무나 큰 피해가 갈 수 있는데다 매우 급진적이어서 도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양 교수는 “오히려 소비자·시민단체가 원고가 되어 당사자는 협조하는 식의 유럽식 피해보상제도나 우선 위법성을 확정한 후 개별 피해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모으는 일본식이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식을 도입할 경우 1명이 패소하면 다른 소비자 전체가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따른다. 프랑스 식을 따를 경우 수권했던 소비자만 소송을 더 이상 제기할 수 없고 다른 소비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는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손 교수는 “미국식을 따르더라도 한 사람이 패소하면 또 다른 사람이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에서 똑같은 사건으로 보고 기각하거나 각하시킬 수 있겠지만 소송 제기권이 제한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2단계 집단 소송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어느 누구도 직접 소송에 나서고자 하지 않은 소액 피해의 경우 자격이 있는 소비자 단체 등에게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문대학교 법학전문 고형석 교수는 “미국식과 유렵식 모두 장 단점이 있다”면서 두 가지 안을 각기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도 도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피해 특성에 맞는 절차와 입증책임의 완화, 증거개시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하는 것도 숙제로 거론된다. 

◇ 집단소송제도 도입 여전히 갈 길 멀다...공정위 주어진 권한도 제대로 알지 못해  

집단소송제도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소소하게 갈렸지만 정부 정책 담당자들 사이의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었다. 

공정위가 스스로 지닌 권한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한국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통해 집단적 피해구제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지닌 시정조치 권한으로 집단적소비자피해를 일괄 구제할 수 있는데도 그 권한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공정위가 지닌 시정명령만 적절히 힘을 발휘해도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비자단체소송제도 이미 도입돼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단체소송제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한국의 단체소송은 독일의 소비자단체 금치청구 소송을 받아들였다. 사업자의 위법 행위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자에게 ‘위법 행위를 하지 말라’고 명할 수 있다.

다만 사전 예방적 성격을 지닐 뿐이어서 일본처럼 사후 적극적 조치를 취하도록 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없다. 

이처럼 제도 자체가 지닌 한계가 명확한데다 소를 제기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단체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 소비자가 단체 소송을 요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함은 물론 소비자단체의 경우 회원이 1천명 이상, 비영리 민간단체의 경우 회원이 5천명 이상임을 증명해야 하는 까닭이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이 3일 소비자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소비자단체소송제를 간소하게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제도 개선의 필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소비자단체 소송제 간소화’와 관련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같은 권한 행사를 제대로 하면서 보완책으로 민간의 단체 소송제가 필요한 것인데 공정위 스스로가 어떤 행정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를 사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앞서 공정위가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분쟁합의의 최종 결정을 하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소수 위원들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소비자문제를 모두 살펴보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분쟁조정위원을 150명까지 증원키로 했다. 현재까지 위촉된 조정위원은 119명이다. 상임위원 역시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양하고 복잡한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 교수는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숫자를 늘렸지만 이것으로 국제 분쟁까지 다루는데도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활성화 하는 동시에 집단소송제에 대한 논의를 더욱 면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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