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칼럼] 회식이 하나의 상품이라면, 회식의 소비자는 직원이다. 따라서, 직원이 최대한 만족하는 수준으로 회식의 질과 격을 높여야 그 값어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노는 일이니 대충 아무렇게나 하다보면 직원들이 흥도 나지 않고 피곤해 질 수 있다. 그러므로 회식은 직원존중과 만족을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 이때 사장은 스마트한 회식 주관자가 돼야 한다.

먼저, 회식에서 ‘시간’은 사장의 시간을 직원들을 위해 나눠주는 것이고, 사장인 내가 직원들을 위해 음식과 술을 마련하여 마음으로 봉사하고 달래주는 시간이다. 다른 한편으로, 직원의 시간들을 사장인 내가 잠시 위임받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회식시간 활용은 적절한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공동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장이 자기 개인기호만을 너무 고집하여 직원들의 생각과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직원을 위한 회식이 아니라 사장을 위한 회식이 되는 것이다. “오늘 회식의 주인공은 직원이다”라는 생각, 그리고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세워주는 자리가 바로 이상적인 회식자리다.

둘째, 모든 일이 그렇듯 회식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을 때 시기를 놓쳐 김빠지는 회식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간혹 바쁘다는 핑계로, 전 직원이 모이지 어렵다는 이유로 회식이 미루어져 한참 지난 과거사를 위해 건배하고 축하하는 일이 간혹 있다. 회식은 타이밍을 맞추는 게 좋다.

셋째, 직원들은 아침저녁으로 늘 보아오던 사장이지만 딱딱한 사무실을 떠나 술자리에서는 나름 편하고 친밀한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사장도 그들과 몸과 마음으로 '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식일정이 잡히면, 사장은 전일부터 사전 컨디션을 조절하고, 직원 개인별 특별한 고민거리나 스토리가 있는 직원이 있는지 미리 상황파악을 해두는 것이 좋다.

노래방 갈 계획이 있다면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다. 자리배치도 가장자리에 앉을 것인지, 옮겨 다니면서 한잔 씩 돌릴 것인지, 인사만 하고 빠져 나올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넷째, 통상 회식에서는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들은 그래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의 회식 끝나는 시간이 모호하다. 회식의 끝나는 시간을 미리 예고해 주면 절제도 되고 불필요한 사고예방도 된다. 아무리 산해진미의 화려하고 흥겨운 회식일지라도 적당하게 끝내주는 것이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도 그렇고, 회식비용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다섯째, 사장의 말과 행동의 조심이다. 회식자리에서 최대의 주목대상은 사장이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가장 편한 사람도 사장이다. 사장만이 유일하게 긴장이 되지 않고 마음 편할 뿐 나머지 인원은 조심해야 하는 자리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장이 가장 먼저 긴장이 풀리고 가끔 술도 과음하게 되어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회식자리에서 사장의 말, 술 습관, 노래, 앉은 자리, 이상한 처신, 행동 등은 직원들에게 또렷하게 기억된다. 많은 사장들이 착각하는 것이 술자리에서의 직원들과 주고 받는 말이나 허물은 그냥 실수가 좀 있더라도 넘어가 주리라는 믿음이다. 술자리에서 사소한 농담이나 실수가 나중에 알고 보니 회사에 소문이 쫙 퍼지는 경우가 무수하다. 직원들은 사장의 허물이나 비밀을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다짐이 있었다 해도 비밀은 한시적이다.

여섯째, 근무시간 이후의 회식은 엄밀히 볼 때 과외 근무다. 회사 또는 상사의 권위에 의한 반 강제적이고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상차원의 회식이라면 가능하면 점심 등 근무시간 내 하는 게 좋다.

근무시간내에 회식을 하게 되면 '돈 받으면서 노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회사들 중에는 평일(금요일)에 체육대회나 행사를 치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회식의 목적이 단순 화합 단결의 친교목적이라면 술자리로 해야겠지만, 보상차원이라면 소액일지라도 상품권, 영화표 등 물질적‘보상’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곱째, 회식은 비용도 철저한 계산에 의해 집행돼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기획되었다는 냄새를 풍기지 않는 것이다. 회식에 관한 한 우리 사장님은 기분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좋다. 철저히 기획되었지만 보이는 것은 감정으로 포장하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 실무자(주로 총무팀장)는 술자리에서 사장의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리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산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무리 흥겨운 회식자리일지라도 정신 차리고 꼼꼼하게 계산하는 사람이 꼭 한 사람은 필요하다. 그런데 간혹 이런 룰을 무시하고 전인원이 흥청대는 바람에 계산이 틀린다거나 불필요하게 많은 지출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이 회식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황의 급반전 때문이다. 한국 직장에서 회식의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엔 어색하거나 편치 않았던 사이라도 회식자리에서 만큼은 “형님, 아우”로 호형호재하면서 술잔을 주고받는 사이로 바뀌는 것이다. 평소 서운한 점이 있었다거나 말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일 수도 있다.

다만 회식의 “전후”가 확연히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회식을 마친 다음날 출근하면 어제의 “형님, 아우”는 사라지고 다시 사장과 직원으로 환원되어 삭막한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든지 공과 사를 구분해야한다는 논리로 말이다.

과연 그럴까? 인간의 감정이 손바닥 뒤집듯 하루아침에 바뀌어 질 수 있을까? 연극배우가 아닌 이상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의 반전을 특히 젊은 세대들이 가장 싫어한다. 일관성 유지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술 먹을 때만 가족처럼 대하지 말고 일할 때도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술 먹을 때도 직원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적당한 선에서 멈춰야 한다. 이제 우리의 회식문화도 이런 젊은이들의 성향이나 흐름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사장입장에서도 술 싫어하는 직원들 데리고 돈 낭비할 필요 없다. 술만 마실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 연극, 볼링, 그리고 함께 모여 도자기를 만들거나 가죽공예를 배운다든지 등 생산적인 취미를 즐긴 뒤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2차는 당연히 없다. 콘텐츠가 있는 단합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미 시행중인 대기업들, 일부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종래 회식보다 훨씬 더 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끈끈한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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