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최빛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에 2조원 넘는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이에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진 쿠팡은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물류·결제 등의 플랫폼 분야 신사업에 매진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 한화 약 2조2천500억원의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6월 소프트뱅크 그룹의 10억 달러(한화 1조1천억원) 투자 이후 추가로 이뤄진 것이다. 해당 투자금은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며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쿠팡과 손잡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김범석 쿠팡 대표는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며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에 시달리던 쿠팡이 이번 투자로 인해 당분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손 회장이 쿠팡의 성장 속도와 그 규모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 이커머스 세계 5위...세계 가장 빠르게 성장 시장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설립된 쿠팡은 올해 매출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쿠팡은 1억2천만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400만 종은 로켓배송을 통해 주문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 로켓배송 누적 배송량은 10억 개를 넘었으며 하루 평균 배송량은 100만 상자 이상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쿠팡은 자체 결제 서비스인 로켓페이와 신선식품 전문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배송인력의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도 앞으로 1조~3조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이커머스 분야 1위가 목표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15일 ‘e 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고 2022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올려 온라인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7개 롯데계열 쇼핑몰이 통합될 예정이며 가칭 롯데원앱(Lotte One App)이 나오는 통합완료시기는 2020년 상반기다.
쓱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도 이커머스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에 흩어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한데 모은 통합법인을 내년 1월~3월(1분기) 안에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은 최저가 마케팅과 쿠폰 발행 등 출혈경쟁을 펼쳐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를 내고 있다. 티몬, 위메프의 경우 각각 1152억원, 417억원 등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1위인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6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뿐이다.
11번가는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을 인수한 후 2위권에 머물고 있다.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11번가를 흡수합병한 2016년에 3650억원(2015년 58억원 적자)으로 대폭 늘었다. SK플래닛의 영업적자 폭은 지난해 2500억원대로 다소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44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커머스 업계가 투자 자금 등의 자본금을 가지고 마케팅으로 경쟁을 벌이기 보다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강한 걸로 봐서 아직 국내에서 이커머스 시장 우선순위를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후 곧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독식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내외 고객은 한정적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같다"며 "이에 투자 유치가 답이다. 투자가 잘 이뤄 지려면 이커머스 기업 자체의 색이 뚜렷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세계, 롯데 등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이유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라며 "이에 지금의 이커머스 업계는 본인만의 강점을 정확히 따져 현 고객 유지부터 신규 고객 유치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