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김종훈 울산 동구 민중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협력사 직원과 협력업체 관리자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며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김종훈 울산 동구 민중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협력사 직원과 협력업체 관리자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며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에 앞서 파일 영구삭제 프로그램인 '블랙매직'을 사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를 상대로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고 기술 유용을 하는 등 하도급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이 문제가 공정위 조사가 사실로 들어 날 경우 방해 혐의로 법적·도덕적 책임도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됐다.

이에 김종훈 울산 동구 민중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협력사 직원과 협력업체 관리자의 통화녹취를 공개하며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측은 김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협력사 관계자 간 대화가 증거인멸의 근거가 되기에는 빈약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23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갑질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전격 직권 조사에 착수 했다. 공정위는 다수의 1, 2차 하도급 업체를 강대로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고 서면 미발부 및 기술 유용을 하는 등 하도급 법을 위반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중공업, 기밀 자료를 삭제 한 것 뿐...'사실무근'

이에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를 대비해 '블랙매직' 등 프로그램으로 관련 메일과 파일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랙매직 프로그램은 저장매체의 데이터를 영구 삭제하고 복구를 불가능하게 해 정보의 외부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협력업체 관리자는 통화에서 "메일 같은 거 파일 같은 거 직영에서 깔아주거든"이라며 "블랙매직 돌렸다는 건 아는데 뭘 삭제한지는 몰라"라고 전했다. 이어 "공정위 때문에 특수선(쪽 협력업체)에 (블랙매직을) 돌렸냐"는 질문에 "다 돌렸다"며 "메일은 자체적으로 지운 거고, 파일 같은 거 보관하다가 안 되는 그런 거 (다 지웠다)"고 통화했다. 

현대중공업 특정부서에서 직접 점검한 정황도 확인됐다. 협력업체 관리자는 "이거 담당자가 지운 게 아니라 무슨 과더라 중공업에 무슨 그거 있잖아?"라며 되묻고 "정보운영과?"라고 통화당사자가 답하자 "응 뭐 그런 과에서 나와서 직영 PC 다 봤다. 삭제할 거 다 삭제하고"라고 답했다. 블랙매직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마우스를) 우클릭해서 삭제해도 우리는 안 보이는데, 이거 하면 파일을 완전 다 삭제한 게 아니더라고"라며 "그러니깐 그런거 가지고 와서 그런 걸 블랙매직 갖고 싹 다 지워버리는 거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통화에 등장하는 관리자가 특수선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추측 된다며 파일을 삭세한 사실만 으로 증거인멸을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방부 훈련에 따라 프로젝트 종료 후 기밀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며 "이같은 이유에서 블랙매직을 사용한 것을 두고 공정위 조사 때문에 삭제 했다고 하는 것은 몰아가기 식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 자세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부의 경우 법원의 판단을 받았거나 진행중인 사항"이라며 "공정위 조사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 3조1244억원, 영업적자 1757억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 등 산적한 과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가 터지며 당혹스런 분위기다. 특히 당국과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면서 자칫 경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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