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의 특보 정확도 및 선행시간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예보의 부정확성과 불필요한 연구용역비, 부패하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 올 해 폭염만큼 뜨거운 기상청 국감... '구라청' 질타 

기상청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올해 8월 날씨에 대해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지난 30년 평균치인 25~26도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평균 최고기온는 같은 기간 33.8도에서 38도까지 크게 올랐다. 폭염일수도 2009년 4.2일에서 올해 31.5일로 8배가량 늘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8일 나온 1개월 전망은 실제 온도보다 10도 이상 낮았다”며 “이 정도면 우리 중장기 예보가 사실상 엉터리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코 앞의 기온 전망도 못하는데, 중장기 전망은 전혀 신뢰할 게 못된다는 뜻이다. 

태풍 예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기상청이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피해가 크지 않았던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국민 생활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했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풍이나 호우주의보 등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줘야 대비할 수 있는데 현재 기상청의 예보 방식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인 데다 머리가 뛰어나고 재주가 많은 민족인데, 유독 기상 관측에서는 여타 선진국보다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 ‘구라청’ 오명은 대비 소홀한 탓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이 낮은 것은 기상청이 폭염 대비 예보체계 개선이나 폭염 원인 연구에 소홀했던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이 공개한 기상특보 평가 결과를 보면 2012년 폭염특보 일치율(맞힘/(맞힘+실패))과 적중률(맞힘/(맞힘+실패+미예측))은 각각 82.1%였지만 2016년엔 각각 78.1%, 76.7%로 오히려 떨어졌다. 

기상청이 2009~2018년 연구·개발(R&D) 예산 9716억 원 가운데 폭염에 쓰인 비용은 53억7400만원으로 전체의 0.5%에 그쳤다. 또 폭염연구센터는 지난해에야 설립됐다. 중장기 폭염예보체계 마련을 위한 노력이 그간 미흡했다는 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이 국민의 생활편익과 건강보호를 위해 제공하고 있는 생활기상정보 서비스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기상청은 1998년부터 20년째 지수만 개발하고 실제로 국민에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서비스 점검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과 지수별 통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기상청 연구 용역...수의계약 83% 

불필요한 연구용역 사업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정미 의원이 최근 5년간(2014~2018년) 기상청 연구의 계약형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83%(498건)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금액으로는 1,118억 8500만원이다.  이중 처음부터 수의계약인 경우는 1% (77건, 23억 4300만원)에 그쳤다. 경쟁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연구 사업은 82%(421건, 1,095,4200만원), 경쟁계약은 17%(134건, 239억9,700만원 건)이다.  

금액기준으로 조달청 수의계약을 현황을 보면 2015년에는 22.9%, 2016년26.8%, 2017년 25.5였다. 이를 단순비교하면 3.3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연구용역 건수를 기준으로 기상청의 계약형태를 살펴보더라도 수의계약이 78.8%나 됐다. 반면 경쟁계약은 21.2%(134건)에 그쳤다. 

지난 5년간 기상청 연구용역에 참여한 기관은 221곳이다. 이들 기관이 631개 연구를 1359억 6000만원으로 수행했다. 

이중 15개 기관이 전체 연구용역비의 60.5%(822억 1500만원)를 받았다. 수주건수는 235건(총 631건의 37.2%)이다. 수주건수 10위 안에든 4개 대학교는 40개 대학 총 연구용역비의 51.9%(총 125억 7,000만원)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연속연구사업 81건 중 12건은 계획 없이 추진됐고 연속연구사업의 27%(22건)는 연구 기간 동안 수행기관이 바뀌기도 했다. 

◇ 청렴도 평가 최하위권...폐쇄적 조직문화에 내부비리 은폐

지난해 국감에서는 기상청 예보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기상청 예보관은 무휴일, 무휴가, 무교육의 3무(無) 노동에 시달리는데다 12시간 주야 교대근무로 업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예보관의 근무 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채, 내부 청렴도 역시 2년 연속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에 다르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시행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기상청의 내부 청렴도는 5년 연속 하락했다. 작년에도 23개 기관 중 21위를 차지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내부청렴도 조사는 내부 부패사건 발생, 업무지시 공정성, 예산부당집행, 부당한 업무 지시 등 모두 33개 항목에 대해 내부직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최근 5년간 기상청의 비위 사례를 보면, 음주운전부터 직권남용, 뇌물수수에 이르기까지 92건의 비위가 적발됐다. 특히 직권남용, 뇌물수수로 수사를 받은 직원은 13명이나 됐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상청이 아니라 ‘비리청’이다. 뇌물수수, 음주운전, 협박,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업무방해, 폭행 등 비리 종합선물세트"라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기상청 공무원 9명이 연구용역 발주 대가로 뇌물을 받아 불구속 입건돼 있을 정도로 연구용역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연구용역 사업비 21억을 회수했냐"고 질의했다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익명 게시판을 폐쇄하는가 하면 제보자를 왕따시키는 등,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상청 내부에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제보자를 '왕따'시키면서 더 이상 제보를 못하게 하려는 조직적 문화가 있다"며 "기상청은 은폐의혹과 비리에 대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기상청이 리베이트 의혹을 내부제보한 직원에 C등급의 인사평가를 내리고 공사대금을 빼돌리는데 협조한 직원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한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또 전 의원은 "제보자가 익명게시판에 상사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했더니 기상청에서 익명게시판을 폐쇄했다"며 "익명게시판 유지 여부에 대해 설문을 해 유지 하는 게 좋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폐쇄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이날 의원들의 질책에 "인사 문제를 거듭 재검토하겠다"며 "조직을 진단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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