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후 악수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자료=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남북경협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북한개발금융' 설립이 가시화될 것인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남북정상이 지난 19일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공동 경제발전대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책은행 수장으로는 유일하게 동행한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금융지원 방안을 두고 남북 간 포괄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서울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4개 외국계 금융회사 대료들과 간담회를 갖은 후 기자들을 만나  “금융회사도 (북한에) 들어갈테니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북한 진출 속도 내는 은행권

남북경협이 확대되면서 북한에 금융사가 진출할 경우, 그 주도권은 이번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산업은행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에 점쳐진다.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기존의 ‘통일사업부’를 한반도 신경제센터로 확대개편하는 등, 남북경협 지원을 위한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남북경협연구단도 신설했다. 이 회장이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일대를 다녀온 것도 남북경협에 대비한 사전 답사차원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국책은행도 경협 대비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조원이 넘는 남북협력기금(IKCF)을 운용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북한 전문가 2명을 새로 영입해 북한, 동북아연구센터 조직을 확대했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9월초 “대북 경제협력과 개발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IBK경제연구소내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했다. 향후 중소기업 사업 참여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로 엿보인다. 

기업은행은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운영,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주거래은행으로 기업은행을 이용하기도 했던 만큼 지점 설립 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금융경영연구소 산하에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을 위촉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산가족 대상 특화상품인 ‘KB북녘가족愛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 랩(Lab)을 설치했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협의체를 마련해 남북경협과 관련한 추진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지점을 열었던 우리은행은 개성지점 재입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은 2004년  12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다. 여신, 수신업무와 신용장, 외환 업무 등 국내에서 취급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개성공업지구 내 입주기업 123개사에 제공했지만, 2013년 4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철수했다가 그해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이어 2016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다시 철수해 서울 중구 본점 지하 1층에 임시영업소를 마련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금강산관광특구점도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농협 금강산지점은 2006년 8월 금강산지구 내 온정각 옆 부지에 2층(60평) 건물로 지어졌다. 농협에서 파견한 3명과 중국동포 3명이 일했다.

금강산 관광객 대상 달러 환전이 주 업무였고, 때에따라 송금도 이뤄졌다.

전산이 남측 본점과 연결되지 않은 탓에 남쪽으로 송금해야 할 경우 금강산지점 전산에 송금 내역을 입력한 후 관련 정보를 본점에 팩스로 보내 남측에서 최종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강산특구 내 상주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예금과 예금담보대출, 신용대출 업무도 진행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고(故)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2009년 7월 14일 지점 영업도 잠정 중단하고 직원 전원이 국내로 복귀했다. 

◇ 북한 은행의 현 주소는? 

15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철도·도로 등 북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금융 수요할 때 남북경제 협력으로 열리는 북한 금융시장은 국내 금융권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 

북한에도 은행이 없는 건 아니다. 화폐발행을 하는 조선중앙은행 조선무역은행, 북한의 대외무역상의 화폐거래를 담당하는 조선무역은행, 1988년 재미교포와 북한 측이 5백만 달러씩을 출자해 설립한 고려상업은행, 1978년 9월 북한의 무역회사의 대외결제 업무를 원활하기 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금강은행이 있다. 

또 우리나라처럼 보통저금, 준비저금, 정액적금 상품들이 있지만 자유로운 입출금이 어려운데다 개인은 외화를 소지할 수 없다고 법령에서 정하고 있다. 

북한의 화폐가치가 쓸모 없어진지 오래라 대부분 중국 위안화, 달러를 사용하는데 이는 장마당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저축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주로 국영으로 운영되다보니 자본을 예치하고 이자를 주는 자본주의 금융질서가 자리 잡히지 않은 북한에 남한 은행이 들어가게 되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 금융사 진출, 남북경협에 ‘기대’ vs 리스크 더 커 ‘우려’
 
북한 금융시장 진출에 기대하는 분위기 못지않게 조심스러운 모습도 엿보인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와 변화무쌍한 것이 남북관계였던 만큼 또 언제 분위기가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탈북자 출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김태산 전 체코주재 북한무역 대표는 “철도연결, 도로연결 이것만 당장 하자는데 공단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면서 “북한 곳곳에 군수공장과 군사기지가 있기 때문에 15개 도시에 공단이 설립되는 일은 힘들 것이므로 남한의 금융사가 들어간다 해도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북한에 은행이 없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물결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북한 정부가 외화 유입을 차단하기 때문”이라며 금융사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반면 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남북경협 확대로 철도 및 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구체화하면 금융기관 진출은 필수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도로를 복원해주면 현찰로 받든 지하자원으로 받든 여러 가지 상거래가 새롭게 형성될 테니 자연스럽게 금융기관들이 진출이 순서가 될 것”이라며 "북한에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금융전문가”라면서 기대감을 전했다. 

안 소장은 “북한에 은행이 있긴 하지만 지방까지 세포화 되어 있지 않아 금융거래가 부진하다. 미개척지다”라면서 “남한 은행 진출로 탈북자나 실향민 송금만 이뤄져도 북한에 엄청난 자본이 축적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대가 큰 만큼 리스크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외 여러 기관, 기업이 협력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가 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면서도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 협력도 필요하고 북한 제재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늘 천명한 것처럼 차분하고 질서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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