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단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나서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필요한 보안 책도 강구해야 함을 당부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여야 3개 교섭단체가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도 같은 날 열린 회의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도록 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은산분리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근 은산분리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두되,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는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정무위원장으로 선출됐고, 인터넷은행을 위한 특례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여당 간사를 맡았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은산분리 관련 입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은행법 개정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날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쏟아 냈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 할 가능성이 크고 혁신성장이란 목적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혜선 의원은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며 “은산분리 분리규제는 금융혁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사례로 설명하며 은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에 불을 당긴 케이뱅크 사례를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짚었다. 

전 교수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이런 목적(혁신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정보통신 기술보다는 여신 관리 업무를 더 우선으로 생각하는 은행”임을 강조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K뱅크 인허가 문제의 허술함도 지적됐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는 “케이뱅크 인가 시점인 2016년과 2017년 21개 주주사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출자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이어 “출범하자마자 (케이뱅크가)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다는 것은 애초의 심사과정이 졸속이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금융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방향성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에 필요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도입에는 소극적이라는 질타도 터져 나왔다. 

대규모 금융소비자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제도를 개선해야 할 금융 당국의 태도가 소극적이었던 만큼 은산분리 완화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뒷수습과 책임은 회피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8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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