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상호출자제한 집단을 늘리는 등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 보고서'를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번 특위 최종보고서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방안 1, 2차 공개토론회(6.28, 7.6) 논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거래금액 기반 기업결합 신고기준 도입,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 법 구성 체계 개편 등의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 공정거래법 전명 개정의 필요성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는 것은 38년 만이다. 상황에 따라 부분 수정(27회)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오면서 법 규정·체계상의 정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특히 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이 새롭게 출현하고 법의 사각지대(Loop-Hole)를 악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기존 규제의 한계가 드러났다. 

2014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작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계속돼 왔다. 총수 일가 지분율을 규제 대상 기준선인 30% 미만으로 낮추는 ‘꼼수’를 써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은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였지만 2015년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9%로 낮췄다. 이노션의 내부거래액은 2013년 1376억 원에서 2017년 2407억 원으로 1.7배 늘었다. 

현대차 계열사인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도 43.4%였던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15년 2월 29.9%로 낮춰 법망을 피해갔다. 

참여연대는 “지주회사-자회사 간의 내부거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정당한 조건 하에서 이뤄졌다면 이를 마냥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비판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배당외수익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만 높을 뿐, 내 ‧ 외부 감시 장치 도입 비율이 전환집단 이외 대기업집단보다 낮은 등, 견제 장치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내부 거래가 총수 일가의 배만 불려주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것. 

이번 권고안에 기업들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이 힘을 발휘하기엔 힘이 없어 보인다. 

◇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무엇이 담겼나? 

정부는 다음 달 중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 구현을 위해 전면 개정된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특위는 상장·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지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도록 권고했다. 기존 기준인 상장 30%, 비상장사 20%에서 강화한 것이다.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특위안을 받아들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203곳에서 441곳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특위는 지주회사 배당외 수익 등을 이용한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공시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 기준은 3사 이하 점유율 합계 75%, 1사 기준 점유율 40%로 하향조정할 것을 제시했다. 

또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해외계열사 및 자회사 현황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대기업 총수가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현황·순환출자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또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익법인의 내부거래나 계열사와 주식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공시하는 안도 권고했다.

벤처지주회사(벤처기업 주식가액 합계액이 소유한 전체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의 절반 이상인 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추가로 논의돼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성장잠재력이 큰 4차 산업혁명 분야 스타트업을 거액에 인수해도 매출액 규모가 작은 경우 기업결합 신고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기업결합 신고기준은 ‘신고회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이고 상대회사(피인수 회사)는 300억원 이상인 경우로 규정돼 있다. 

특위는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벤처기업 M&A에 한해 매출액 규모가 작아도 거래금액(인수가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신고의무를 부과해 지분율 요건을 완화하자는 방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 요구하던 기업벤처캐피털(cvc)도입은 금산분리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재계가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여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위는 공정위에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공정위 내부 부패와 대기업 봐주기 식의 소극적 권한 사용으로 논란이 된 전속고발권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위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보완·유지 의견이 근소하게 많았다고 밝히며 전속고발권 존치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위 권고안과 최근 진행된 각계 토론회 논의 등을 토대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해 8월 중 입법예고하고, 규제심사 등을 거쳐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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