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온에 잠혈 단백질 분해 돼…위음성 발생률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사진=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 (사진=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대장암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분변잠혈검사가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매년 제공하고 있는 분변잠혈검사가 여름철에는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곽민섭 교수팀은 국립암센터와 연계해 국암암검진 대장암 검진을 받은 478만8104명의 분변잠혈검사를 분석한 결과 사계절 중 여름철에 분변잠혈검사 양성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분변잠혈검사에서 정상판정을 받았지만 추후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중간암의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이 발생하면 암 표면에서 떨어져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혈액인 잠혈을 찾아내는 검사다. 검사를 매년 꾸준히 받을 경우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32% 감소되며 2년에 한번 검사를 받으면 22% 감소시킬 수 있다.

검사의 간편성에 비해 예방 효과가 높아 국가 차원에서 평균 위험군인 50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권하고 있다. 이 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시 대장내시경 확진 검사를 시행하면 된다.

다만 분변잠혈검사는 더운 날씨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무더운 날씨에는 대변에 섞인 미세 혈액인 잠혈이 분해돼 검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가 대장암 위험군이라 하더라도 잠혈이 분해돼 정상으로 진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여러 실험에서 무더운 날씨에 노출된 대변 검체에서 잠혈이 있지만 검출되지는 않아 정상으로 판정된 위음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최근 유럽에서도 여름철 분변잠혈검사 양성률이 떨어지고 실제 잠혈이 있지만 없다고 판정되는 위음성 검체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차재명 교수는 <소비자경제>에 “이 연구는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검사를 시행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검체 관리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여름철에는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하면 검체를 냉장고와 같이 서늘한 곳에 보관하거나 제출 당일 날 아침에 분변을 받아 의료기관에 즉시 제출하는 등 상온 노출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