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안면신경마비…여름철 환경 변화에 환자수 ↑

[소비자경제신문=곽은영 기자] 겨울철 대표질환으로 알려진 급성심근경색과 안면신경마비 등의 질환이 요즘 같은 폭염에도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환자 수를 비교해보면 여름철과 겨울철 각각의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수에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근소하게 여름철에 발병률이 더 증가할 때도 있다. <소비자경제>는 겨울철 질환으로 알고 방심할 수도 있는 질환을 알아보고 예방법까지 짚어봤다.
 
◇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심혈관도 ‘끈적’

흔히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급성심근경색.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월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 환자만 8만433명으로 전체 환자의 27.6%에 달했다.

여름철 폭염은 체온을 상승시키고 땀을 통한 수분 배출로 체내 수분을 부족하게 만든다. 이는 혈액농도를 높이고 피를 끈적하게 만든다. 즉, 혈액이 혈관을 막기 쉬운 상태로 변하면서 동맥경화 발병률이 높아진다.

급성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은 왼쪽 가슴 통증이다.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 숨이 찬 느낌,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신체활동과 관계없이 갑자기 발생하며 30분 이상 지속된다. 일부 환자는 전형적인 가슴통증 대신 턱이나 등, 왼쪽 팔 통증을 느낀다. 노년층의 경우 소화불량이나 위궤양처럼 오목가슴 부위가 아픈 경우도 있다. 역류성식도염이나 위염 등도 가슴 통증을 유발하므로 가슴 통증이 있을 시엔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급성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통해 심근에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는데 이 터널이 막히면서 급성심근경색이 일어나는 것. 동맥경화는 20대부터 발생하기 시작하며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성인병 환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만큼 동맥경화의 속도나 정도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심근경색은 노화질환의 일종으로 완전 예방법은 없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성인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식사조절과 운동을 통해 비만관리를 해야 하며 이미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면 약물치료와 생활요법 병행을 통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여름철 피가 끈적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선 수시로 물을 마시는 등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줘야 한다”라며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시작하고 물놀이 전에는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준비 없이 찬물에 들어가면 혈압 상승과 심박수가 증가해 심장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과도한 냉방은 면역력 ↓ 안면신경마비 유발 ↑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안면신경마비도 여름철 주의해야 할 질병 중 하나다.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입이 돌아가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는 등 안면비대칭을 주 증상으로 한다.

한의학에서는 차가운 바람을 맞고 생긴다고 해서 와사풍이라 불리는데 겨울철뿐 아니라 과도한 냉방으로 여름철에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안면신경마비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여름철인 6월에서 8월 10만4605명으로 12월에서 2월에 질환이 발생한 환자보다 근소한 차이로 더 많았다.

여름철 발생하는 안면신경마비의 주요 원인은 과도한 냉방.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커지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특히 땀을 흘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찬바람을 쐬거나 얼굴 주변에 직접적으로 장시간 바람을 맞는 경우 얼굴 혈액순환 저하 상태가 유발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면 눈이 잘 감기지 않으면서 눈물이 나거나 입이 비대칭이 돼 식사나 양치를 할 때 입꼬리로 물이 새는 초기 증상을 보인다. 발병일부터 3~7일까지 신경손상이 진행되며 마비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신경손상의 정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데 초기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손상이 많을수록 안면 비대칭이 남거나 경련, 구축, 연합운동, 악어눈물 등의 2차 후유증이 영구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 치료에 따라 완치율 및 치료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상이 느껴지면 초기에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는 <소비자경제>에 “안면마비센터를 내원한 급성기 안면신경마비 초진환자 768명의 발병시기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과 겨울철에 큰 차이가 없었다”라며 “여름철 과도한 냉방은 전신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얼굴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안면신경마비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감염, 염증 발생 등에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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