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소비자경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권지연 기자] 기업들의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 정책 판단이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김미경 팀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독과점 시장에서 시장 왜곡이나 경쟁제한의 주도권이 언제나 기업에게 있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할 수 있어 소비자의 경제 후생을 침해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금액과 비슷한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독과점 가격은 경쟁가격보다 높고 한 번 오른 가격은 인하 요인이 발생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독과점 시장이 가파른 물가상승의 한 축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서울시 25개구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슈퍼, 일반슈퍼마켓 300곳을 대상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 생활필수품 3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왔다.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가격조사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독과점시장의 품목은 경쟁 시장의 품목과 달리 가격변화 추이가 비탄력적이었다. 

김 팀장은 이어 부당한 공동행위로 추정되는 사례를 제시했다. 

2017년 11월 롯데리아가 가격을 5.9%(100원-300원) 인상하면서 그 해 12월 KFC가 가격을 5.9% 올렸고 이듬해 2월에서 3월 사이 맥도널드와 맘스터치, 버거킹이 가격을 순차적으로 각각 4%, 최대 7.1%, 1.6% 올려 받기 시작했다. 

영화관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CGV가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올 해 4월에도 가격을 인상하면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8일 간격으로 가격을 인상해 담합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외에도 샘표식품, 대상, 몽고식품 3개사가 시장점유율 86.9%를 차지하고 있는 간장도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간장 가격은 2015년과 비교해 12.5% 인상됐다.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2013년 2월에는 샘표와 대상이 각각 간장 가격을 7%, 8.3% 인상하며 가격 동조 현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독과점 시장은 선두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타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려 받는 모양새였다. 반면 식용유의 경우 상위 3개사(CJ제일제당, 사조해표, 오뚜기)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67%에 그쳐 경쟁 시장으로 분류되다. 

식용유의 2010~2017년 연평균 가격상승률은 0.59%로 나타났다. 경쟁 시장의 품목은 비교적 가격이 더디게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독과점 시장 구조가 담합행위로 연결돼 불합리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가격 올리는 기업들의 사정은 이유있는 변명일까, 꼼수일까? 

가격을 인상할 때는 늘 원재료와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를 댔지만 한 벌 올려 받기 시작한 가격은 절대 떨어질 줄 모른다. 

코카콜라의 경우 1.5L를 기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약 5%대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8년동안 출고가의 42.5%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는 원부재료비와 유가, 판매관리비 등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지난 5년간 국제원당 가격은 2016년 하반기에 엘리뇨 및 라니냐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설탕 작황이 부진해 23%까지 올랐지만 2017년부터는 다시 안정세를 보였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이도 가격 책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분류는 2015년 KG당 635원으로 최저치를 보인 이후 거의 변동이 없고 페트병 가격도 2015년을 제외하면 개당 89원-91원으로 변동이 없었지만 가격은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쌀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햅쌀가격이 kg당 1958원으로 전년보다 22.7% 상승했다며 이에 2012년 7월 가격 인상 후 약 6년 만에 평균 9%인상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주장하는 전년대비 22.7% 상승률은 이치에 맞지 않다. 

김 팀장은 “2013년 10월부터 2014년 3월 평균 가격과 비교해보면 심지어 11.6%감소했으며 가격인상 시점인 2012년 매출원가율은 71.3% 였지만 이후 5년간 약 66%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해 원재료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담합은 시장경제 원리를 해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생필품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인상 시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당국에는 “기업의 가격담합을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공정위 10년간 독과점 규제 실적은?...소비자, 소비자단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황교수는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최근 10년간의 공정위 법집행의 추세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2007년 포스코 판결 이후 공정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가 크게 감소했다고 판단했다. 2007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포스코 독과점’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판단처럼 지난 10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규제 실적은 사실상 제로다. 

정부는 포스코 판결 이후 ‘갑질’이라 불리는 불공정거래를 규제함에 있어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사례를 살펴보면, 공정위는 2016년 7개 시멘트 제조사의 가격 담합사건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된다”는 정도의 시정조치를 내리고 각 회사에 과징금을 물리는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해 미국의 무선 전화통신 연구개발 기업인 퀄컴에 내린 시정조치 의결서는 주문만 5면에 달할 정도로 상세하다. 

이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미국식 증거개시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담합행위에 가담한 개인에 대한 형사 고발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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