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최근 탈모로 고민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면서 탈모 연령층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탈모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인구는 매년 20만 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탈모치료 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1천만 명에 이른다. 5명 중 1명은 탈모에 시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탈모치료제나 샴푸, 가발 시장도 점차 확산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화장품을 허위·과대 광고한 587개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적발해 시정, 고발,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허위·과대광고 사례 대부분 화장품 제조판매업 등록이 없는 일반 판매자들이 온라인 등에서 허위·과대 광고해 화장품을 판매한 경우다. 이러한 구조상의 문제로 환불, 반품도 제대로 안 돼, 소비자가 애를 먹는 경우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T샴푸는 320그램에 8만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지만 전성분 함량 표시는 의무가 아니므로 소비자는 공정 가격 및 정확한 성분 햠량을 알 길이 없다.
T샴푸는 320그램에 8만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전성분 함량 표시는 의무가 아니어서 소비자는 공정 가격 및 정확한 성분 햠량을 알 길이 없다.

◇ 아무나 판매하고 먹튀 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소비자 A씨는 지난 4월, 인터넷 광고를 통해 H연구원 P모 교수가 개발한 T샴푸(이니셜)의 무료체험 신청을 했다. 다음 날, 한 달 체험 후 효과가 없다면 바로 반품 처리를 해주겠다는 담당자의 말에 솔깃해 바로 카드 결제를 해버렸다. 

이후 너무 알아보지도 않고 카드결제를 덥석 해버렸다는 생각에 바로 취소처리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담당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A씨는 “팀장이라는 사람이 제품이 발송전이면 취소 해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이후로 계속 연락을 받지 않다가 어렵게 연락이 되어 하는 말이 이미 제품이 발송 됐으니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반품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도착하는 대로 바로 보내겠으니 반품시킬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후로 문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담당 팀장이란 사람의 연락처로 <소비자경제> 취재진이 직접 연락해 본 결과,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로 나오고 있다. 

해당 탈모샴푸를 개발하는 H연구소에 직접 연락해 제품의 유통 판매 구조를 알아본 결과, 해당 제품은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방식으로 생산해 한 유통업자에게 독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로 독점권을 넘겨 받은 유통업자가 여러 판매자에게 제품을 공급해주면 제품은 여러 사업자의 인터넷 광고 또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판매된다. 

소비자 A씨가 제품을 구매한 판매업자와 <소비자경제>가 직접 연락을 취해본 결과, “판매업자 측에서는 해당 직원이 퇴사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이 안 된 건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A씨의 사례를 특별한 경우였다고 차치하고라도 소비자가 인터넷 광고를 보고 구입했다가 환불에 애를 먹는 경우는 종종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판매자는 “특히 개인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경우 판매자가 잠적해버리면 우리 쪽으로 연락해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무책임한 사업자들의 행태가 전체 사업자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T샴푸에만 국한되는 일도 아니다. 탈모 샴푸뿐 아니라 방문판매 화장품의 경우, 문제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이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온라인 블로그 등을 통한 개인 간 구매에 대한 감시 및 대응이 시급해졌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 일어 왔다. 

사업자들의 불분명한 태도 역시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해당 연구소에서는 독점 업체가 어디인지를 제대로 공개해 주지 않았다. 또, 사업자들도 개별 문제를 덮는데만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탈모 샴푸의 제품 성분 함량 표시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제품은 탈모 샴푸 중에서도 매우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용량 대비 타 제품보다 두 세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린다. 

<소비자경제>가 해당 제품의 가격이 공정한지를 알고 싶으니 전성분 함량이 어느정도인지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연구소 관계자는 단칼에 거절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의 경우, 온라인에서도 전성분 표시가 의무화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함량 표시는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여전히 소비자들이 정확한 성분을 분석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이사는 "지난해 5월 탈모샴푸가 의약외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법이 바뀐 것을 모르고 광고를 하다 적발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대광고로 적발된 경우는 제조판매업 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판매자들이 온라인으로 광고를 하다 적발된 곳들이다"라면서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의 과대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온라인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중개업체를 믿고 구매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개인간 판매는 치고 빠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상당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화장품 뿐 아니라 생활, 가전 제품의 성분 함량 표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단체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데도 기업들이 비밀사항 이라고 우기면서 유독 한국에서는 공개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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