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 숙명 · 서울고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 확대와 위생관리 예산 필요해”

[소비자경제=곽은영 기자] 중국 발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정부의 초미세먼지 기준이 35㎍/㎥로 강화됨에 따라 미세먼지 ‘나쁨’일수 또한 급격하게 증가해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2018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학교 교실 내 미세먼지 70㎍/㎥ 이하, 초미세먼지 35㎍/㎥ 이하를 목표로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약 46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실내체육관 증설 및 체육관 청소비용 지원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반면 마스크 추가 지원 예산은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에 <소비자경제>는 입시 등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의 체력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고등학교의 봄철 학생 건강관리를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서울시 교육청 담당자와 각 고등학교의 보건교사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 꼭 필요한 대안을 짚어봤다.

◆ 미세먼지 나쁨 증가에 야외 체육활동 시간 줄어…실내 위생환경 더 신경 써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등학교는 고농도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증가하면서 야외 체육활동 시간이 줄었다. 미세먼지경보가 발령되는 날에는 교직원 메신저 및 교내방송을 통해 미세먼지 정보를 공유해 아예 야외수업을 하지 않거나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학교 내에 체육관이 있어서 필요하면 실내 체육수업을 진행한다. 체육수업은 동 시간대 이뤄지는 2~3학급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실내인 만큼 야외처럼 적극적인 활동은 어렵다.

서울고등학교 김종미 교감은 “학교에서 선제적으로 미세먼지에 대응하고자 보건실에는 학생 수만큼 규격 마스크를 구비해놓고 어쩔 수 없이 야외활동을 해야 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가정통신문 및 교직원 교육 등을 통해 미세먼지 위해성에 대해 알리는 등 학생 건강관리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고 예전보다 학부형과 학생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가정에서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종미 교감은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비치하면 좋겠지만 교육청에서 전국적으로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있다”며 “창문 개폐를 확실히 하고 물걸레 청소로 바닥 먼지를 닦아내고 청소해주는 분도 복도청소에 더 신경 쓰는 등 현실적으로 먼지를 완화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곡동에 위치하고 있는 숙명여자고등학교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에는 아예 외부수업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실내체육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일수가 늘어나고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학생들이 미리 앱을 통해 대기질을 확인하고 그 심각성을 교사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 안내하고 대처 방법에 대해 지도하고 있다.

숙명여자고등학교 김장호 생활안전부장은 “부장회의에서도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안은 미약한 실정”이라며 “현재로서는 외부수업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수업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설명했다.

학생건강을 위해 실내환경에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학생수는 줄고 학교시설은 그대로라 교실 이외의 특별시설에 대한 관리는 힘든 실정이다. 청소 등 위생관리에 대한 학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학교 측에서 교육청으로 청소지원 예산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장호 생활안전부장은 “학교 청소지원 예산은 일반 관공서에 비해서 많게는 40분의 1밖에 안 될 정도로 부족하다. 학생들이 청소를 한다고 해도 인원과 전문성이 떨어져 미세먼지 등 오염도에 비해 미약한 점이 많다”며 “일정 구역은 청소전문업체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청소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예산 투입 여력이 없고 생활 속 실내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공기정화기 등의 시설에 대한 예산 투입 또한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등학생은 자연적으로 건강한 나이라는 생각이 있어 다른 연령층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는데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의식부터 가져야 할 것 같다”며 “학생들도 바쁘고 학업에 치우쳐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운데 건강관리가 생활화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야외 체육활동 축소에 학생들 반발 심하기도…규격 마스크 지원 필요해

그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해서 모든 학교에서 무조건 체육수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학생들은 운동하는 시간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컨트롤이 쉽지 않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경기고등학교에서는 미세먼지에도 체육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 운동장 수업을 진행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현장 참여에 대해서는 학생에게 자율권을 주고 있다. 뛰거나 격렬한 운동 시 호흡량이 2배 이상 증가해 미세먼지가 폐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원하는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참관만 한다.

경기고등학교 김은실 보건교사는 “원칙적으로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야외활동을 하면 안 되는데 남학생들의 경우 나가지 말라고 하면 데모가 일어날 정도로 반발이 심하다”며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되도록 야외수업을 하지 않고 교실 내에서 이론 수업을 하거나 체육관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운동장 수업을 진행할 때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끼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가 있는 날 운동장에 나가봤더니 학생 중 3분의 2가 참여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었다”며 “가정 내에서 야외활동 자제를 지도해서 보내기도 하고 천식 등 질환이 있거나 운동이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교실에 남아서 활동하면 좋겠지만 교실 내에 학생을 방치할 수가 없어 교실 내 보호 감독할 선생님이 필요한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고등학교에서는 현재 체육활동 시에는 미세먼지 규격 마스크를, 그 외에는 일반마스크를 지원하고 있다. 15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규격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워 체육시간 이외에는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50% 있다는 일반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김은실 보건교사는 “현재로서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규격 마스크인 것 같다. 작년 말 교육청에서 각 학교마다 전교생만큼 황사 마스크를 배부했는데 그러한 지원이 더 확대되면 체육시간 활용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외에 물비누나 종이수건 등 학생위생 관리를 위한 예산 또한 늘어난다면 봄철 건강관리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고등학교에서는 매달 마지막 목요일 방송수업을 통해 미세먼지 및 보건교육을 하고 상시로 손씻기 개인위생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봄철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더 심해질 수 있는 결막염 등에 대비해 보건실에 인공눈물 등을 비치해두고 있다.

◆ 올해 마스크 지원 계획은 없어…서울시내 고등학교 실내체육관 확충 계획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현재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하며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 이상이 되면 각 학교에 당일 실외수업 자제나 단축수업 등에 대한 매뉴얼을 보내고 있다.

미세먼지경보가 발령되면 체육관이 있는 학교에서는 실내에서 활동을 대체한다. 그렇지만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 교육청 체육건강과 학교보건팀 담당자에 의하면 향후 3년 동안 서울시내 전체 초∙중∙고에 실내체육관을 95%까지 확충할 계획으로 그대로 추진된다면 3년 내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내 체육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증가하면서 체육관이 있는 학교의 청소 및 위생관리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미세먼지경보가 발령되면 실외활동은 자제되고 실내활동이 증가하는데 미세먼지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닌 만큼 대체 환경의 위생상태가 더욱 중요해진다.

서울시 교육청 체육건강과 학교보건팀 담당자는 “실제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 마련 전 환경단체, 학부모 등과 정책토론회를 할 때에도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증가하면서 체육관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체육관 내 환경도 나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에 고등학교 포함 전 학교를 대상으로 2016년도 이전에 지어진 체육관에 한해 청소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스크 추가 배부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에 서울시 교육청은 유∙초∙중∙고 특수학교까지 서울시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KF80 규격의 마스크를 배부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는 1인당 4회분 쓸 수 있는 양을, 중학교는 2~3회분, 고등학교는 1회분씩 사용할 수 있는 양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는 마스크 관련한 예산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추가 배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가장 많았던 의견은 미세먼지 차단에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반학급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대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앞으로 3년간 공기정화장치 확대 설치 지원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담당자는 “고등학교의 경우 예산상 전체학교에 다 지원할 수 없어서 올해는 도로변이나 산업단지 주변 등 오염취약 학교에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기기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는 학교의 아토피, 천식 등 민감군 학생을 위해 두 대씩 설치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점차 더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세먼지 대책은 이제 시작단계로 종합대책에 있는 내용대로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라며 “추경 예산이 확정되고 나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이 학생 건강권과 교육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마련된 만큼 교직원과 학생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경개선에 체계적으로 접근해나가는 안전 대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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