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다음블로그)

[소비자경제=최빛나 기자] 유통업계도 워라밸 (Work & Life Balance}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을 가진 이 용어는 좋은 직장의 조건, 삶의 질을 도모하고 싶은 직장인들의 바람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경제 신조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문화 개선을 권장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들도 이에 빠르게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통업계들은 일자리 문화 개선을 위해 근무시간 단축 및 직장인 보호, 근무환경 개선, 남성 육아휴직 제도 도입 등에 초점 맞춰 개선 사항을 반영해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연간 근로시간을 OECD 선진국 수준인 1800시간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신세계,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신세계그룹은 올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하게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8시 출근 후 4시 퇴근, 10시 출근 후 6시 퇴근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하며, 점포의 경우 근무스케줄을 조정해서 전 직원의 근로시간이 1시간씩 단축된다.

근로시간은 단축됐지만 직원들의 임금은 기존대로 유지한다. 또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한다는게 회사 측 방침으로 파격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과의 인터뷰에서 "일과 가정 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내놓으며 근로문화를 개선하고자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직원들에게 기업이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직원들의 업무 향상이 더욱 높아 질 것"이라고 전했다.

◆ 롯데그룹, '남성 직원 의무 육아휴직제' 실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워라밸•욜로 등 사회 트렌드를 언급하며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남성의무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롯데그룹이 도입 1년만에 남성육아휴직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남성의무육아휴직제는 배우자가 출산하면 남성 직원도 1개월 간 의무적으로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제도로 휴직기간동안 정부지원금과 별도로 임금 100%를 보전해준다.

또한 남성육아휴직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롯데 대디스쿨’을 운영해 육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휴직기간 육아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도록 돕고 있다. 롯데 대디스쿨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7회차가 진행돼 총 520명에게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또 롯데그룹은 본사 전팀 자율좌석제를 도입하고 퇴근 시간 이후 강제 소등,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출근 시간을 선택하는 시차출근제 등 워라밸 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 남성직원은 <소비자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화가 도입되고 각 팀의 성과도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최고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라며 "육아휴직 뿐만 아니라 출근 시간 선택 등의 다양한 기업 문화 개선 사항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일에 효율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 현대백화점, 남성직원 한달 육아 휴가 통상임금 100% 보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워라밸 경영을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 최초로 남성직원들이 1년간 육아휴직을 할 경우 3개월간 통상 임금 100% 전액을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성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 휴가인 7일을 포함해 최대 1개월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도 도입했다. 육아월 제도 사용 이후에도 남직원들이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달 간 근무시간이 2시간 줄어든다. 이는 신청한 달로부터 1개월간 근무시간이 단축되며 유치원 초등학교 자녀를 둔 남직원 대상이다 자녀 한명당 한번 신청 할 수 있으며 여러명의 자녀를 둔 경우 추가로 신청 할 수 있다.

또한 현재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시간 단위 휴가제인 ‘반반차(2시간) 휴가제’, 퇴근 시간 이후 사무실 PC 강제 오프제를 도입한 회사다.

식품코너에서 일하는 현대백화점 남성직원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있다. 직장 다닌지 10년 만에 한 달에 한번 꼭 아이와 여행을 간다"라며 "이런 기업 문화가 이어진다면 둘째도 낳을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형 유통 기업이 일자리 문화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 이라며 "이는 아직도 보수적인 기업문화 중심인 중소기업 중견기업도 이와 같은 분위기 흐름을 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워라밸 제도 도입 초기이라 서로 눈치를 보고 있지만 문화가 확산 되면 당연한 제도로 받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회사가 '워라밸' 트렌드에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가출점이 어려워지면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워라밸 정책을 도입했다는 시각도 있다"며 "또 온라인 유통시장이 커지면서 비교적 근무여건이 자유로운 온라인 업체로 이직하는 젊은 인재들이 늘면서 이들을 붙잡아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유통업체들의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곳도 있다.

롯데는 남성직원 대상으로 인식변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조직자긍심,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 동기부여 항목이 향상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육아 휴직은 직장 내 양성평등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의 장점으로 응답자의 54% 가 ‘배우자의 출산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 할 수 있었다’는 항목을 선택했으며, 향후 육아휴직 적극 사용 여부에도 66%가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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