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글 올린 어린이집 원장 "주택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 제외"

20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임종백 공동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폐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권지연 기자)

[소비자경제=권지연 기자] 성탄절이었던 25일 포항에서 또다시 두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한 번 더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오후 4시 1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8km지역에서 규모 3.5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약 13분 뒤 같은 지역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 “지열발전소 연관성 철저히 조사하라“ 여론 확산

포항 지진은 그간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단층에서 일어나 원인 분석에 대한 관심이 뜨겁에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 연관성 원인 규명과 폐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한 불안감은 한 매체가 물을 주입할 당시 수압이 통상 지열발전에서 이루어지는 단순 자극이 아닌 '암반 파쇄'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 

포항 지열발전소 인근이 지진 발생 위험이 높다는 고려대 이진한 교수의 예측으로 지열발전소와 지진 연관성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또 이번 지진과 지열발전소가 관련이 있다는 개연성만으로도 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발전소 측(넥스지오)은 "지질 조건에 따라 사용하는 수압의 범위는 다양할 수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정부조사단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은 발전소가 제시하는 수치만 믿을 수 없다며 시민단체가 원하는 전문가를 조사단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소 추진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00억 원이 넘는 국비를 포함해 총 8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 지역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약 1천 세대에 공급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 16일 창립총회를 열고 결성된 10만 서명운동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마정화 공동대표는 “제가 진앙지 인근 해맞이그린빌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주민들이 너무 불안해하고 포항이 많이 침체돼 있다"며 "편의점을 운영하는데 주말이면 불안하다고 다 빠져나가니까 지진 이후에 계속 수백만 원 씩 적자가 나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포항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 22일 포항지열발전소 연관성 원인규명 및 폐쇄 촉구를 위한 집회를 열고 20일 임종백 공동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포항 지열발전소 폐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어 2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죽도시장입구에서도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 인근에 포항지열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JTBC에 출연해 지열발전소가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래은 포항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 (사진=JTBC/KBS 방송화면 캡처)

◇ 보상에서 제외된 어린이집 보상문제 국민청원 중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지진 발생지역에서의 피해 어린이집 지원대책’이란 제목의 글도 올라와 눈길을 끈다. 글의 요지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 집이 사유재산이란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됐다는 것.

글을 올린 영일어린이집 원장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실 내부와 건물 1-3층의 외벽이 금이 가고 조적벽돌과 분리된 상태로 약간의 충격에도 바로 떨어질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다. 건물 3층의 조적벽돌이 추락하면서 건물 옆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던 통학 차량 두 대도 파손됐다.

해당 청원글을 올린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건축시에는 안전과 환경에 관한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설립 후에는 평가인정, CCTV 검열 등 감사와 관리감독을 받게 하면서 재난시에는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지원에서 제외되는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택이나 상가 피해 주민은 이주비나 공사비를 저렴한 이율로 대출이라도 해준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보상규정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포항 흥해에서 또 다른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황선옥 씨 역시 "저희 어리이집도 휴원조치하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 조치했는데 어린이집이 운영을 중단하면 원장과 교사들도 힘들지만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는 어린이들도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지진이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다시 일어설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19일 올라온 '어린이집 지진피해 보상' 관련 글에는 4일 만에 73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