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열차 교체 비용만 2조902억원...서울시 교체 예산 ‘절실’

지난 9일 3호선 금호역 하행선에서 열차가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최근들어 서울시 지하철 잔고장이 부쩍 잦고 열차가 운행 중 멈추는 사례가 잦아 시민 안전 매뉴얼이 재검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5·7·8호선의 경우 예산이 부족해 전동차 교체 계획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시 교통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 사고·운행장애 건수는 2014년 7건, 2015년 8건, 지난해 1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달에만 지난 9일과 13일 각각 3호선과 2호선이 부품 불량으로 열차가 지연됐다.

◇ 지하철 사고·지연…안내방송 불신하는 승객들

대학생 A씨(25)는 지난 9일 오후 1시경 3호선 하행선을 타고 등교했다. 

금호역을 지나는 순간 열차의 전기가 끊겨 차내는 어두워졌고 이내 열차의 앞부분에서 연기가 피어났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A씨는 “안내 방송을 3회 정도 했는데, 잠시 전기가 나가 기다려 달라는 얘기였다”며 “이어 열차 앞쪽에 있던 승객들이 비상 개폐문을 열고 나와 뒤쪽 스크린도어를 쿵쿵 두드리면서 나오라는 얘기에 다들 달려나갔다”고 말했다.

<소비자경제> 취재 결과, 당시 3호선 금호역 정차 사건의 원인은 고전압을 받아들이는 케이블이 절연·파괴돼 스파크가 튄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승객들은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에 따라 열차 내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가 피어오른 열차 선미에 있던 승객의 대피 권고를 듣고 급히 열차에서 내렸다. 

이처럼 승객들의 대피는 기관사와 차장의 지시를 불신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충분했다. 시민들이 대구 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사건을 간접적으로 겪은 이후 예기치 못한 사고 상황 발생시, 안전을 책임지는 당국의 불신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9일 1시 5분에 사고가 발생하자 10분 경 역외로 도착한 소방차. 당시 하행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은 역외로 빠져나왔다.

(사진=소비자경제)

◇ 지하철 안전 매뉴얼 이상 없나?

서울교통공사의 전동차승무원업무예규 제98조에 따르면 승무원은 열차의 운행 중 차량고장 기타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해 정거장간에 정차했을 경우 열차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이 임의로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만, 열차의 화재 등 중대사고로 승객의 위험이 예상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예규가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차량고장 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열차사고의 원인이 파악될 때까지 승객들은 무작정 열차 내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 세월호 사고 때에도 안내방송을 통해 승선 승객들에게 자기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통보하면서 인명 사고가 커졌다. 

그래서 만약 열차 내에서 대기 중에 대형화재로 번진다면 안내방송에 따라 승객들이 다음 지시사항을 기다려야 하는 해당 조항은 안전 메뉴얼의 기준으로 계속해서 적용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안전업계 전문가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후, 대피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승객들이 나서서 대피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해당 사고는 역사 간 선로 위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역사에서 일어난 것인데 열차 밖으로 나가게끔 권하는 것이 맞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지하철 노후 차량 교체 계획 예산 부족 아직도 협의 중?

전동차의 기대 수명은 25년에서 30년이다. 25년 이하 전동차가(3105량, 전체의 86%)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잔고장은 빈번해 기대 수명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하철 사고·운행장애의 원인으로 차량 부품장애(32.6%), 신호설비 등 장애(20.9%) 등이다. 

이와 관련해 진 의원은 “매일같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잦은 사고는 시민들의 안전 불안을 가중시키며, 노후 차량 및 설비에 대한 전면 교체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안전한 지하철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전동차 지연·사고가 노후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일부 호선을 시작으로 당국은 노후 차량을 교체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총 열차 834량 중 500량이 21년 이상인 2호선의 경우는 오는 2022년까지 1차(14′~18′), 2차(17′~20′), 3차(18′~22′) 계획을 통해 460량을 교체할 계획이다. 또 3호선은 3차 계획에서 150량을 교체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7월 2024년까지 5.7.8호선 노후 전동차 834량 교체 방안을 서울시의회에 보고했지만 현재까지 교체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7,8호선 전동차 834량(21년 이상 사용)의 신차교체에 적자운영 중인 지방공기업으로서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국고 및 시비 등의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위해 서울시, 국토부, 행자부, 국회(국토교통위원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법령개정과 국고지원 요청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호선은 운용 중인 열차 608량 모두 21년 이상 열차였으며, 7호선은 561량 중 136량(24%), 8호선은 120량 중 90량(75%)이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4년부터 ‘시민안전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20명의 시민이 참여해 730건의 불안요소를 찾아내 개선·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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