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발언 부적절했다” 사과, 업계 “파문 이대로 안 끝날 듯” 우려도

이재웅 다음 창업자(왼쪽)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이진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IT업계 사이에 묘한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을 평가한 발언에 대해,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씨가 ‘오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이에 재계에서는 향후 공정위가 IT업계에 대한 규제의 칼날을 어떻게 들이댈지, 그 후폭풍이 심상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김 위원장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의장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피력해 논란의 발단을 제공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일엔 이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정부 도움 하나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비판하며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에 대해 ‘오만’하다고 한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해명했으며, 김 위원장도 11일 공개적으로 “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사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파문이 쉽사리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이유로 공정위가 최근 IT산업을 바라보는 인식과 보여준 행보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으며, 아울러 “이 창업자가 할 말을 했다. 속이 다 후련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 김상조 위원장, IT산업 독과점규제 칼날 어떻게 세울까?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IT업계를 향한 규제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IT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가 진행될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에 대해 “데이터 독점은 물론 IT산업 전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은 해당 산업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IT산업 규제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 시장구조에서만 보는 건 문제가 있다”며 “또 규제가 향후 어떤 결과와 미래 모습을 가져올지 몰라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현실에 맞는 규제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오는 11월까지 비가격경쟁 이슈에 관한 경제분석 기법 및 사례연구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용역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의 비즈니스 전략 파악이 명시돼 있어, 그 결과를 토대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90%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시장의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담합 등에 대한 규제가 정책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 통화에서 “IT산업 독과점규제에 대한 영향이나 평가와 관련, 지금으로서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에 대해 쉽사리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구글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불공정거래 과징금액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이미 외국에서는 IT산업에 대한 독과점규제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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