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살충제 계란 파동 등 허둥지둥 여론 뭇매…국무총리 산하 태스크포스 구성 논의

류영진 처장이 지난 25일 AJ토탈 처인냉장(경기 용인시)을 방문하여 유럽산 햄·소시지 등 수입축산물 검사 현장을 점검하고, 가공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경제=유경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연이은 헛발질로 먹거리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살충제 계란 발생 농가를 잘못 발표해 피해를 주고, AI(조류 인플루엔자) 종료를 서둘러 발표했다가 재발하면서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 게다가 항생제를 전혀 먹이지 않고 생산한 것처럼 오인할만한 '무항생제 닭고기' 표시에 대한 대안도 마련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치킨의 인기만 감안하더라도 농림축산식품부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4년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5.4㎏으로 OECD 회원국 평균(27.5㎏)의 절반 수준이다.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힌 치킨은 매일 100만 마리 이상에 달한다. 전체 닭고기 소비량의 30%가 치킨이다. 

치킨 수요는 치킨집 공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국내 치킨집은 4만 여개로 추정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250여 개에 달한다. 나아가 치맥(치킨+맥주) 파티는 먹거리 한류(韓流) 문화상품으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닭고기 안전성은 비단 사육농가와 관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경제와도 밀접한 상황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農피아’(('농축산 분야 공무원+마피아' 합성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농축산분야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소홀한 친환경 인증의 배후로 농피아가 지목되면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소비자와 정치권은 물론 정부마저 앞다퉈 농피아 척결을 외치면서 자중지란의 상황을 맞고 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각고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 엉터리 통계·발표 오류·부실 대응 '정부 맞나!'…신뢰 확보 '산 넘어 산' 

살충제 계란 파동을 지켜본 국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분노와 절망하고 있다.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발표를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친환경 농가 계란에서 살충제가 무더기로 검출됐다. ”국산 계란은 안전하다“는 류영진 식약처장의 말은 곧바로 정부 불신의 기폭제가 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경기 양주’ 소재 농장 소재지를 ‘경기 광주’로 잘못 발표했다. 또 부적합 판정 농장 역시 29곳에서 31곳, 32곳으로 정정 발표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생산지명과 난각코드도 마찬가지였다. 강원 철원군 농가 계란의 난각코드 '08LNB'를 '08NMB'로, 충남 아산시 농가 난각코드 '11덕연'을 '11무연'으로, '나성준영'과 '13나성준영'인 전남 함평군 농가명과 난각코드명을 '나선준영'과 '13나선준영'으로 잘못 발표했다가 정정했다. 

◇ 식약처장 "국산 계란 안전" 발표 뒤 잇따라 살충제 검출 

농식품부는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를 비롯해 전수 검사 중 일부 검사항목이 누락됐던 420개 농장에 대해 보완검사를 실시했다. 부적합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을 유통시킨  1․2․3차 판매업체 1,031개소를 추적 조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잃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포털사이트 등에 실린 살충제 계란 관련 기사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로 도배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섰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19일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들이 친환경 인증을 맡게 돼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전제하고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농피아를 정조준했다. 

이어 이 총리는 식약처 등을 찾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일부 혼선과 미비는 앞날을 위한 좋은 교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총리실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의 방식으로 식품안전을 확실하게 챙기는 사례를 갖추고 싶다"고 사태 해결을 발벗고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살충제 계란 대응 관련 지난 19일 세종시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 섣부른 AI 해제 발표 정부 불신 키워   

정부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AI(조류 인플루엔자)의 발생과, 소비자 대응과 관련한 정부의 발표는 소비자 불신은 물론 관련업계의 영업에 차질을 초래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닭, 오리, 야생조류에서 발생하고, 드물게는 사람에게서도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166개 방역지역이 설정한 가금류 이동제한과 살처분 등 조치에 나섰고, 농심품부는 발생 6개월여 만인 지난 5월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6일 재래시장에서 매매되는 토종닭에서 또다시 AI가 발생하면서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세계보건기구(OIE) 규정에 따른 AI 청정국 지위 회복 선언에만 급급한 것은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현재 농식품부는 AI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에서 지난달 28일 주의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발령된다. 

농식품부는 8월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방역에 취약한 가금농장 1957호를 비롯해 도축장 50개소, 전통시장 187개소 등을 대상으로 중앙기동점검반을 투입해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월 이후 기온이 내려가면서 AI(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가능성이 커지만 만큼 AI는 연중 지속되는 현상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발생 농장에 대한 발표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38건의 AI가 발생했고, 946개 농가에서 3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중 산란계 농장 42%, 오리농장 42%, 토종닭 농장 10%로 전체 발생농가의 94%를 차지했다. 반면 육계 농가(1%)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농식품부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발표하면서 육계농가 등으로부터 닭고기 소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산란계 농장의 경우 밀식사육으로 감기(인플루엔자) 등 질병에 취약하고, 계란 수거를 위해 작업자가 사육장을 빈번하게 출입해야 해 전파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육계 농장은 30여 일 사육 후 출하되고, 풀어놓고 사육하는 한편 사육시설 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쉽게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계속되는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 논란...정부 대책은 기준 강화 뿐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 논란도 여전하다. '무항생제' 표시를 접하는 소비자의 경우 해당 상품은 '항생제를 전혀 먹이지 않은 닭고기'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현재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기간, 휴약기간이 항생제를 먹이는 기간인 투약기간의 2배 이상이 되면 '무항생제' 인증을 하고 있다. 육계의 경우 28일령부터 출하되고 있다. 이 경우 질병에 약한 병아리 때 9일간 항생제를 먹인 뒤 이후 18일간 항생제를 먹이지 않으면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출하 때 살코기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무항생제'라는 입장이지만, 항생제 성분이 뼈 속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소비자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삼계탕이나 치킨 등의 경우 닭 채로 삶거나 튀겨서 요리하기 때문에 뼈 속에 항생제 성분이 존재할 경우 어린이나 노약자, 환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무항생제 닭고기’는 엄밀하게 따지면 '항생제를 먹인 닭'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월 1일 이후 개정된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 기준이 적용된다. 현행 휴약기간이 투약기간의 두 배 이상인 경우와, 무항생제가축이 아닌 닭을 무항생제농장에 입식해 무항생제 닭고기로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전환기간으로 3주 이상을 사육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기준과 관계자는 "무항생제 닭고기 표시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논란이 있는 상태"라며 "소비자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데 따른 것으로, 소비자 단체와 생산자 단체 등이 참여해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 표시기준을 개정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항생제 닭고기 인증 표시 논란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며 "현재 인증 기준은 사육과정에 대한 기록과 시스템 등 생산기준을 인증하는 것으로, 양계농장 검사와 유통 중인 닭고기에 대한 불시 검사 등 다양한 심사기법과 사후관리를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혼선을 없애기 위한 대책에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기준과 관계자는 "무항생제 닭고기라는 용어는 소비자에게 이미 인식된 것으로, 이를 개명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런 결과 휴약기간에 더해 전환기준을 적용해 인증기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정 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무항생제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 이후 정부 차원의 대응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엇박자가 국민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유통단계는 식약처가 각각 담당하면서 식품안전관리 체계에 허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협의체를 구성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컨트롤타워 기능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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