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석 편집국장.

[소비자경제칼럼] 8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 전쟁 불사 발언을 워싱턴 정가 강경 매파 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증권 시장이 한 때 곤두박질 쳤다.

코스피 시장은 전일 2427선을 달리던 것이 하루 새 최대 50포인트 이상이 무너졌다. 이처럼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이 쏘아올린 미사일 도발 이후 한반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과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이 물음을 던지면 어느 누구도 현시점에서 시인도 부정도 못하는 형국이다. 수면 위로는 거친 입담을 주고 받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정치적 수사로 위협과 으름장을 주고 받지만 수면 아래에서 지구촌 전체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전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깔려 있다.

눈앞에 주가 지수를 쫓는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난 ‘3대 악재’로 간접적으로는 근래 급상승한 코스피 자본시장이 고점에서 추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갖고 있고, 직접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앞뒤 가리지 않는 거친 전쟁 발언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으로 대기업들의 비용 부담 상승 등을 꼽고 있다.

이러한 증시 악재들은 고질적이고 장기적인 측면과 일시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돼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전반적으로 실적개선이 뚜렷했던 국내 자본시장은 이러한 악재들에도 잠깐 주춤거릴 수는 있겠지만 그간 응축된 국내 증시의 폭발적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오히려 주가 상승 국면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투자자금을 넣기에 주저했던 매수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꽤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국내 증시가 너무 오랫동안 하향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코스피 지수가 머지않아 2500선을 넘어 가파른 상승을 예측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지난 반세기 이상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매순간 끓어 넘치는 가마를 이고 살아온 탓에 조금이라도 넘칠 듯 할 때마다 여론은 불안감에 들떠왔다. 여기에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일상화돼버린 한반도 전쟁설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남북한의 충돌 구도는 미국과 일본 대 중국와 러시아로 확장되고, 중동과 유럽으로 전선을 타고 지구 전체가 핵전쟁의 도가니에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 한대로 한반도에서 수천 명이 죽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금의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기류를 타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일상화된 리스크를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데 있다. 안보위기 속에 회자되는 ‘코리아패싱’이라는 정치권 유행어에서 나타나듯 문재인 정부는 위기를 직접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당사자로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권도 스스로 대북 압박과 중재보다 북미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회피하고, 일본 아베 정부는 본래부터 이도저도 아니었다. 이처럼 불안정한 안보 위기를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 현재 한반도 위기의 최대 리스크인 셈이다.

그럼에도 역설적이게도 8월 한반도 위기설의 실체는 없다. 위기설에 떠밀려 9월이 온다고 해서 매번 되풀이해온 전쟁 위기설이 영구적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불편한 안보 환경 속에서 국내 자본시장은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설 속에 외국인 투자가 들쭉날쭉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리스크를 지렛대 삼아 수익을 누려왔던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전 세계 모든 곳이 끝장이 난다. 한반도는 더 이상 내부인들만 죽고 외부인들만 살아남는 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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