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고 처분…“홈플러스는 구매 요청 메일만 보냈을 뿐”

홈플러스 사옥과 상품권.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홈플러스가 명절 때마다 청소 용역업체에 상품권 구입을 요청하면서 ‘갑질’ 행태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접적인 강매는 없었다지만, 용역업체 측은 이를 강매로 느낄 수 있다는 여지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미화·주차·카트관리 서비스를 공급하는 한 용역업체는 지난해 공정위에 홈플러스로부터 상품권을 강매 당했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홈플러스의 요구로 총 1억28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강제로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당시 홈플러스의 다수 지점과 용역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었던 만큼 불이익을 염려해 상품권 구매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는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요구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명절 전후로 내부 직원들에게 상품권 판매 실적을 올리도록 독려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이 용역업체에 이메일을 보내 상품권 구매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상품권 구매 물량을 할당하거나 강요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으며, 상품권 구매 요청을 받은 용역업체 대부분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점 등에 강제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용역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대상은 대형마트 외에도 다양한 만큼, 거래 강제의 기본 전제가 되는 ‘거래 전속성’의 입증이 쉽지 않아 시장경쟁 제한성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정위는 당시 해당 용역업체가 홈플러스와 다수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홈플러스의 요구에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보고 피해 구제 차원에서 홈플러스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매량을 누가 결정했는지도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인데 이 경우도 홈플러스는 구매 요청 메일만 보냈을 뿐 구매 물량은 용역업체가 결정했다”며 “이런 요소도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미화용역업체는 작년 홈플러스 공개 입찰과정에서 탈락하게 되면서 보상 금액을 요구했다”며 “해당 업체는 원하는 만큼의 보상 금액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갑질을 주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도 해당 업체에서 주장하는 상품권 구매 요청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강매와 같은 갑질은 아니다”라며 “공정위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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