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거리·지하상가, 롯데면세점…단체관광객 절반 이상 줄고 대책 없어

[소비자경제=김현식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50% 이상은 줄어든 것 같다.”(명동거리 상인) “매출이 크게 줄었다.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몰라 앞날이 걱정스럽다.”(명동 지하상가 상인) “실제로 이전에 비해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이런 상황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롯데면세점 매장 직원)
봄비가 내리는 5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를 비롯해 인근 지하상가와 소공동 롯데면세점 매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쇼핑 메카로 불리던 이곳이 이젠 한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15일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을 시행한 지 3주가 지났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 현상이 확연히 뚜렷해진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중국인들의 수혜를 톡톡히 입던 화장품 매장들은 제법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 명동거리의 화장품 매장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우려를 크게 자아냈다.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소비자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이전보다 50% 이상 줄어들었다”며 “중국 정부의 조치 이후 지난달 15일부터는 중국인이 거의 오지 않고 있다. 매출이 크게 줄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롯데면세점 9층 매장에 들어서자 매장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고객이 크게 줄어든 탓에 매장 분위기는 예전보다 더욱 썰렁해졌음을 실감케 했다.
실제로 ‘금한령’이 3주 이상 지속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이후 실제로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었고, 특히 중국인 매출은 40% 이상 급감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롯데면세점 매장 직원은 “사실 매출이 반 토막 날 줄 미처 예상 못했다”며 “대체로 대량구매를 해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사라진 탓에 다른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층으로 올라가니 상황은 그나마 나은 듯 보였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소 대형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소위 ‘묻지마 쇼핑’ 위세를 보여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사라지고, 그나마 이제 매장 안에는 일본인과 동남아 관광객들이 빈자리를 대신 메워주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의 한 매장 직원은 <소비자경제>에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설화수 매장은 항상 긴 줄로 서있어 대기하는 동안에 브로셔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이젠 그럴 일도 사라졌다”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만큼 크게 매출에 기여하지는 않는다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