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망·마케팅 비 줄이고…통신요금 그대로

[소비자경제=나승균 기자] 이통3사가 단통법으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망 확충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이통3사 무선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 설치 현황’에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SKT와 KT의 AP가 각각 감소했다.
또 같은날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이 2015년에 비해 2016년 3100억원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의 감소는 지난 2014년 단통법 시행 덕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특별 지원금’이 불법화 돼 이통3사의 활발한 시장 경쟁이 아닌 그저 3사 중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단말기 값을 더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었다.
◆ 3G에서 LTE로 요금제 비싸지고…와이파이망↓, 속도도↓
지난 2015년 12월 기준 SK텔레콤은 13만9207개의 와이파이 AP를 운영했는데, 2017년 1월 현재 13만7091개로 1.6% 줄었다.
KT도 2015년 12월 19만2270개에서 현재 1.6% 줄어든 18만9790개만을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해당 기간 와이파이 AP가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 2013년 9월 8만6626개에서 현재는 7만9140개만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95명당 1개의 와이파이 AP를, KT는 82.7명당 1개, LG유플러스는 151.6명 1개를 운영하는 셈이다.
와이파이 AP는 이동통신사가 학교, 지하철, 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에 설치해 자사 고객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와이파이 AP가 많을수록 이용자들은 3G, 4G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통3사가 수익이 나는 4G데이터 요금제에 집중하는 동안 와이파이에 대한 관리와 신설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미래부가 발표한 ‘2016년 12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전체 데이터 사용 대비 와이파이 이용률은 8.3%였는데 14년 12월에는 6.5%, 15년 12월 5.4%, 16년 12월 4.7%로 해가 지날수록 점차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3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김 모씨(54)는 “출근 시간에 와이파이는 아예 잡기를 포기한다”며 “일부러 소비자가 데이터를 쓰게끔 와이파이를 잘 안 되게 했나 싶다”고 전했다. .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 와이파이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통신망이 국가의 자산을 임대해서 장사하는 것 만큼 공익에도 어느정도 기여해야 한다”며 “통신사는 그것마저 줄여가고 있어 공공성이 더 줄어들게 돼서 생기는 논란”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 마케팅 비용 감소했는데 오히려 스마트폰 값은 올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작년 마케팅 비용은 총 7조5587억원으로, 2015년의 7조8678억원보다 약 3100억원 감소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을 규정한 단통법이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이후 이통3사의 치열했던 가입자 경쟁도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여느 통신사 대리점을 가도 비슷한 값으로 기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고 단통법은 통신 3사의 가격 경쟁을 막는 데에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원금 액수를 제한하다보니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올라가고 중저가폰을 선택하고, 알뜰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지난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월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51만3145건(자사 번호이동 제외, 알뜰폰 포함)으로 지난 2016년 1월 56만5191건보다 줄었다.
이통사 가운데 SK텔레콤은 경쟁사에게 1만5034명을, KT는 2719명을, LG유플러스는 415명을 빼앗겼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1만8168명을 얻어 유일하게 순증했다.
2014년 1월 114만9971건의 번호이동이 있었으며 2015년 1월에는 74만7268건이 있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1월은 50만건대에 그쳤다. 이처럼 단통법으로 인해 번호이동은 줄고 알뜰폰으로의 유입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원에서 기존 이통3사와 알뜰폰 데이터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같은 조건에서 이동통신3사의 데이터 요금은 평균적으로 알뜰폰에 비해 약 26%, 최대 43%까지 비싸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ICT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 감소와 영업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신요금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통신비는 싸질 수 있을까?
지난해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반값요금제’로 소비자들을 이끈 적 있다. 데이터 10GB를 3만3000원에 제공하며 기존 이동통신3사가 약 6만6000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말 그대로 ‘반값’으로 제공한 것이다.
알뜰폰은 국가정책에 의해 이동통신3사에서 망을 싸게 임대받는다. 시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임대료만 지불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그만큼 싸게 소비자들에게 통신비를 제공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이동통신3사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제3사업자들이 견제하게끔 만들기 위해 알뜰폰을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통신비 가계 할인’이 현 시국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특검·탄핵 정국을 비롯해 조기대선 가능성이 나오면서 통신 △기본료 폐지 △분리공시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할인율 30% 상향 등 여야를 막론하고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통3사가 밝힌 마케팅 비 절감 등,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통3사의 현재 요금이 비싸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열린 단말기유통법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알뜰폰 요금제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요금이 비싸서 문제냐, 단말기 가격이 비싸냐를 본다면 후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낮은 요금제에서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분명 과거보다 요금부담이 낮아진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