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고입 전형 1지망 학교 진학 85%"...전문가 "교육당국·지역 교육청 일관성 있는 정책 펴야"

▲ 경기도내 고교 평준화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지망 순위에 따라 컴퓨터추첨 일명 '뺑뺑이’로 학교가 정해진다

[소비자경제=공동취재팀] 내년도 고교 입학전형이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례] 경기도의 고교평준화 지역에 거주하는 중학교 3학년생 A군은 평소 거주 지역에서 대입 결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B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A군은 평소 B고등학교에 선발 커트라인이 ’내신 성적 140점‘이라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신 성적이 180점인 A군은 B고등학교에 내신 성적이 140점인 친구 C군과 함께 B고등학교에 지원했으나 정작 A군은 B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전형 결과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C군이 B학교에 입학하게 된 사실을 안 A군은 억울함을 느꼈다.

경기도교육청 김보현 장학사에 따르면 고교 평준화 지역 안에서 각 학교는 커트라인이 없다. ‘B고등학교의 커트라인이 내신 성적 140점’이라는 소문은 거짓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경기도의 고교 평준화 지역 내에서는 학생들의 지망 순위에 따라 컴퓨터 추첨, 일명 ‘뺑뺑이’로 학교가 정해진다. 학생의 성적이나 지망 학교와 거주지 간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모두가 똑같은 확률로 추첨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지역인 같은 학군 내의 다른 학교보다 B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학교 입학 결과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

김 장학사는 이에 대해 “일단 어떤 학교가 교육과정 등 특정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선호를 받기 시작해 평균적으로 내신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이 그 학교에 지원하게 되면, 확률적으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컴퓨터 배정에 의해 B고등학교에 많이 진학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입 전형 결과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내 평준화 지역의 교교중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안양 신성고등학교는 2016학년도 서울대 최초 합격자 배출 일반고교순위에서 서울고(서울), 영동고(서울)와 함께 공동 3위(특목고 및 자사고, 비평준화지역과 평준화 전환 4년 내 고교 제외)를 차지했다. 10위권 학교 중 서울외의 고교는 안양 신성고와 판교 낙생고 뿐이다.

▲ 2016학년도 서울대 최초 합격자 배출 일반고교순위

신성고등학교 조동호 교감은 “신성고도 지역내 평준화 모든 고교와 동일하게 학생들이 선지원하고 후추첨을 통해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학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성적 순위가 높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게 된다”며 평준화 여느 학교와 동일하게 지원할 수 있는 학교임을 설명했다.

특징적인 부분으로 “전체학생이 1,2학년 동안 수영과 골프를 모두 익히며 비교과에도 힘을 쏟은 부분과 기숙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부분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신성고는 지역내에서 체육시설이나 기숙사가 잘 갖춰져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교 진학 과정중 각 학교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도 확률적으로 상위권 고교를 만들어내는데 작용하지만, 실제로는 고교 진학후의 과정에서 더 크게 작용한 것을 보여준다.

경기도는 현재 31개 시‧군중에 12개 지역이 평준화, 나머지 19개 지역이 비평준화인 상태이다. 평준화 지역에서 법적으로 고교 입학전형은 교육감이 실시하고,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입학전형은 각 학교장이 실시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도교육청은 고교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을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두었다.

김 장학사는 “학생들의 중학교 성적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고교 평준화 지역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다만 평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이루어져야 하고 해당 지역의 교통발달이 잘 돼 있어야 한다. 기본 조건이 갖춰진 것으로 판단되면 타당성조사와 도의회 회의를 통해 평준화 여부가 결정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경우 포함된 고교들의 전체가 평준화되어 있는 상태로 입학전형의 기준이 경기도 내 평준화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

김 장학사는 이에 대해 “입학 사정이 조금 다른 이유는 서울시 전체를 하나의 학군으로 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서울시에서는 고교진학시 '고교선택제'로 1,2,3단계를 거쳐 진학하게 된다. (출처=서울시 교육청)

서울시의 고교 입학전형은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지원에서 학생들은 서울시 전 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 중 서로 다른 2개 학교를 지원하는데 서울시는 지원자 중 학교 정원의 20%를 추첨 배정한다.

이후 2단계 지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거주 지역 학교군의 일반계 고등학교 중 서로 다른 2개 학교를 지원하고 서울시는 학교 정원의 40%를 1단계와 동일하게 추첨 배정한다. 이 때 1단계와 2단계 지원 학교가 중복돼도 무방하다.

2단계 지원에서 학교를 배정받지 못하는 학생은 1,2단계 지원 사항과 종교, 통학 편을 고려해 3단계에서 학교를 배정받게 된다.

한편 김 장학사는 “어떤 교육정책이든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킬 순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교육청에서 노력하고 있고, 현재 경기도 고교 입학 전형에서는 학생들의 1지망 학교 진학 비율이 85%로, 꽤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담당자에 따르면 "평준화제도는 현재 고교 진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현재로서는 교육정책을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크게 구분지어 더 나은 고교진학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 전문가는 "정권이 바뀌고서부터 교육제도는 평준화보다는 비평준화로 많이 기운 상태"라며 "당분간 평준화 제도의 개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대형 프렌차이즈 직영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9)원장은 "현 교육제도에서 학생들이 따라가야 할 방향은 전혀 없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이다"라며 "교육정책이 10년전, 5년전, 그 어느 때와도 일관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지할 수 밖에 없다"라고말했다.

이어 "학생들 수는 줄어드는 데 사교육기관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게 이유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자녀를 둔 부모로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양우희 기자 npce@dailycnc.com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