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해 급격한 변화

▲ 첨성대가 12일 지진을 겪은 뒤 2014년에 비해 2cm가량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소비자경제=양우희 기자] 역사상 단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는 경주 첨성대가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더욱 심하게 기울어지면서 보수 공사가 필요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첨성대는 지진 직후 진행된 조사 결과, 중심축에서 북쪽으로 22.5㎝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14년 감사원이 발표한 수치(20.4㎝)에서 약 2㎝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첨성대의 기울기 조사는 시기와 측정자에 따라 3㎜ 안팎의 오차가 생기지만, 이처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첨성대는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기존보다 북쪽으로 2㎝ 더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쪽 모서리가 5㎝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첨성대는 석재를 쌓아올려 만든 석조물로 높이 9.07m, 기단 면적 28.35㎡이다.

흔히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불린다.

첨성대는 지대석 위에 기단부를 조성하고 원통형으로 27단을 쌓은 뒤 정자석 2단을 올린 구조다. 13∼15단에는 남쪽으로 작은 출입구가 나 있다.

첨성대는 2014년부터 연 4회씩 정밀 점검을 받고 있으며, 중점관리대상 문화재로 선정돼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작성한 '첨성대 구조모니터링 결과보고'를 보면, 첨성대는 이미 30여 곳이 훼손된 상태이고 기단 북쪽이 지속해서 침하하고 있는 상태이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성대가 지진에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구조물의 무게중심이 낮고 단면이 원형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첨성대를 오랫동안 조사한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첨성대는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크고 12단까지는 내부가 흙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서 진동이 와도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첨성대는 이번 지진으로 0.1도 더 기운 정도여서 넘어질 만큼 상황이 긴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재발한다면 첨성대 정상부의 정자석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첨성대에 대한 추가 정밀 조사를 통해 상태를 진단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보수를 위해 해체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형 훼손과 기술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면적인 수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서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학계 관계자는 "먼저 과학적인 조사를 확실히 마무리한 뒤 첨성대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우희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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