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없어 살맛 나는 세상 vs 지구 온난화 가속화 단계 증거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여름철 대표 불청객인 모기가 올 들어 확연히 줄어들었다. 마른장마, 폭염 등이 이어지고 올 초 남미 등에서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예년보다 방역활동이 일찍 시작된 탓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기의 감소가 자연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7월 16일까지 채집된 모기 개체수는 평균 5758마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5%(9071마리)나 줄었다. 이는 2011~2015년 같은 기간 채집된 평균 개체 수인 8700마리보다도 33.8% 감소한 수치다.
모기 개체수는 매주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근 조사인 31주(7월 24~30일)에도 전체 모기 수 평균은 29개체로 평년 54개체 대비 25개체(46.3%) 감소가 감소했고, 전년 173개체 대비 144개체(8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더위가 시작된 이후 모기 개체 수 감소율은 더욱 두드러졌다. 26주(6월 19일~25일)는 863마리 채집돼 지난해보다 45%(1581마리), 27주(6월 26일~7월2일)는 978마리로 46%(1829마리), 28주(7월 3~9일)는 1137마리로 39%(1870마리), 29주(7월 10~16일)는 871마리로 44%(1576마리)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폭염 지속기간이 길고 작년보다 강우량이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폭염, 열대야 현상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서울의 폭염 일수는 24일, 열대야 일수는 32일을 기록해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고 불린 지난 1994년 여름(폭염 29일·열대야 36일)에 이어 두 번째로 더운 여름에 올랐다.
여름철 강수량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기간 동안 전국 평균 332.1㎜의 장맛비가 내렸다. 이는 평년(356.1㎜)보다 24㎜나 적은 것으로, ‘마른장마’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빗물이 고인 물 웅덩이를 좋아하는 습성을 지닌 모기 유충이 살기 남기 힘들어진 것이다.
반대 사례로 최근 우기가 시작된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는 모기 매개 감염병인 지카,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카바이러스 확산공포에 따른 적극적인 방역활동으로 모기 개체 수 감소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 내 모기 방제 업무에 활용하도록 방제 지침을 올해 2월부터 제작·배포해왔다.
또 지방자치단체 방역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3월에 실시했다. 올해 모기 방제 또한 평년보다 1~2개월 앞선 3월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충북도만 해도 3월부터 5개월간 물웅덩이나 하수구 등 4만3886곳에서 방역 작업을 했다. 월 2회씩 시행했던 방역활동 또한 5월부터는 주 1회로 전환해 방역 빈도를 높였다.

강원도 또한 지난 3월부터 하수구를 비롯해 물이 고인 지점을 중심으로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에 대해 방역활동을 실시해왔다.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가 줄어들면서 바깥 활동하기 좋아졌다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 의왕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0·남)씨는 “올해는 정말 모기가 줄어든 것 같다. 실제로 모기에 물린 기억이 많지 않다”며 “폭염이었는데 모기까지 많았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양주에 사는 직장인 정모(32·여)씨 또한 “여름철에는 모기로 인해 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는 그런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공원에 나가봐도 모기보다 작은 날파리들이 오히려 많아졌다”고 전했다.
반면 모기의 감소가 불러올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9)씨는 “모기에 물리지 않아서 좋지만 모기의 번식이 어려워지는 환경이 결국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주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기 개체 수 감소가 생태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 중심의 환경이 모기의 수를 늘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현상은 크게 문제될게 없다는 것이다.
정성훈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모기의 발생 자체는 그동안 인간에 의한 인공적 생태계에 의한 것이 자연발생보다 많았다. 논이라든지 농업적 모기의 서식처 또는 지하 보일러실 등의 인공서식처, 그리고 인간, 가축 등의 개체 수 증가가 그 예다”라며 “이에 현재 모기가 도심지에서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 해도 생태계에서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현상이 거시적 관점에서 지구온난화와 연관돼 있는 만큼 정부도 온실가스배출규제 등의 범환경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