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C형간염 감시체계 ‘전수감시’로 전환 추진

▲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논란으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또 다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보건 당국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 이어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또 다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의료계가 패닉에 빠졌다.

이미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논란으로 국민 신뢰도가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오자 의료계 자체적으로 자정작용을 더욱 강화하고, 정부 당국과 공동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부 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현대의원에서 지난 2011년~2012년에 진료를 받은 환자 1만1306명이 C형간염 노출 위기에 몰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현대의원은 관절·척추 클리닉을 비롯해 주로 비만 치료, 신경차단술, 통증 치료와 같은 진료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까지 해당 의원을 운영한 K 모 대표원장(72년생)은 지역 재개발 등을 이유로 2014년 동갑내기 K 모 원장에게 병원 운영권을 넘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현대의원은 지금의 제이에스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자가혈주사시술(PRP) 등 아직 정확한 문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사태 수습을 위해 뒤늦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건 당국이 오는 25일부터 JS의원 내원자 1만1306명에 대해 역학조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정확한 감염경로 규명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해당 기간 비만치료, 마늘주사 등 주사 시술이 많이 이뤄진 데다 건강보험 부당 청구 사례도 많아 경로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K 원장은 현재 동작구의사회와도 연락이 끊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윤리위원회 회부 검토에 들어갔으며,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 당국의 감염경로 확인 및 의사협회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또다시 C형간염 환자 집단 발생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모든 회원과 감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의원뿐 아니라 한의원이나 각종 침구 시술, 불법적인 미용 및 문신 시술 등이 이뤄지는 곳의 감염 관리 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감염 관리는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므로 정부 당국과 의료계가 제대로 된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C형간염 집단 감염이 뒤늦게 밝혀지는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정부가 C형간염에 대한 감시체계를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표본감시 체계로 운영하는 C형간염의 감시 체계를 전수감시로 바꾸기로 하고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 입법으로 할지 의원 입법 방식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C형간염의 감시 체계는 표본감시 방식이어서 집단 감염 사실을 신속히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의료기관은 지정 감염병에 대해 발견 7일 안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할 의무를 갖지만 C형간염에 대한 신고율은 80% 수준으로 높지 않다.

이에 따라 특정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더기로 C형간염이 발생하더라도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표본감시 대상 병원이 아니면 집단 발병 사실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전수감시로 전환되면 개별 감염 사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더 일찍 집단 감염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서울현대의원에서의 집단 감염은 제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찾은 것이지만 집단 발병 시점인 2011~2012년보다 4~5년 가량이나 늦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C형간염을 3군감염병에 넣어 전수감시 체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면 입법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의원 입법을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9월 임시국회에 법안이 발의가 돼 연내 입법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집단 감염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표본감시로는 집단감염을 신속히 발견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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