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경범죄로 처벌 가능…승차 문화 개선 적극 나서야

▲ 혼잡한 출근길, 차례를 지키지 않고 슬며시 끼어드는 이른바 ‘새치기족’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출근길 풍경.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혼잡한 출근길, 차례를 지키지 않고 슬며시 끼어드는 이른바 ‘새치기족’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승객들은 불쾌감을 느끼곤 하지만 워낙 경미한 사안이라 적극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새치기는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으며, 일각에서는 지하철 운영사들이 승차 질서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 사례와 같은 지하철 새치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경험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 알바몬이 지난해 대학생 1826명을 대상으로 ‘지하철 꼴불견’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대학생의 약 94%가 ‘지하철 이용 도중 욱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답했고 그 요인 중 하나가 ‘새치기’였다는 통계가 존재한다.

현대모비스가 사내직원 951명을 대상으로 출근과 관련된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응한 직원들은 출근 시 꼴불견인 사람의 유형을 묻는 질문에 ‘끼어들기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1순위(35%)로 꼽았다.

또한 유명 포털 네이버에서 ‘지하철 새치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일부 무질서 승객들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한 이들의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유명 포털 네이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피해 사례들. (출처=네이버 화면 캡쳐)

새치기를 당한 승객들은 불쾌감을 느끼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체로 “새치기가 옳지 않은 일인 것은 알지만 큰 일로 번지는 것은 꺼려져 알고도 그냥 넘어 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붐비는 인파로 혼잡도가 높을수록 질서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질서가 자칫 큰 인명 피해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 데오가르의 한 힌두 사원에서는 순례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 1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수천 명의 힌두 신자들이 시바 신에게 갠지스 강물을 바치려고 대기하다가 사원 문이 열리면서 일부 신자들의 무분별한 새치기로 인해 줄이 뒤엉키면서 인명 피해로 번진 것이다.

새치기는 국내 현행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경범죄’에 해당하기도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2장 3조에는 경범죄의 종류를 47가지로 분류했는데 ‘공공장소에서 승차·승선, 입장·매표 등을 위한 행렬에 끼어들거나 떠밀거나 해 그 행렬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의 형으로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새치기 뿐만 아니라 앞 사람을 떠민 행위까지 처벌대상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새치기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행렬 방해’에 해당 한다. 지하철 승·하차 시, 공연 매표·입장 등에 발생하는 새치기도 물론 이에 포함된다”라며 “새치기를 발견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행렬 방해 당사자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메트로 지하철 에티켓 안내. '새치기', '끼어 들기'를 떠올릴만한 문구는 사실상 없었다. (출처=서울메트로)

일각에서는 지하철 운영사 차원에서 새치기 방지를 위한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승차 문화 개선에는 미진하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시 산하 양대 공기업인 서울메트로(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지하철 에티켓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승·하차 질서 지키기’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해 새치기나 끼어들기 등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서울메트로 홍보 담당자는 “현재 승객들에게 안내하는 지하철 이용 수칙이 있지만 ‘새치기’, ‘끼어들기’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다”며 “안전을 위한 넓은 의미의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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