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용객 10명 중 1명은 사고 경험

▲ 차량에 탄 채로 메뉴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반면 보행자들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최근 차량에 탄 상태로 햄버거나 커피 등 음식을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매장이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오히려 운전자와 보행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 안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한 후 바로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주차 걱정이 없고, 차에서 내릴 번거로움도 없는 편리함에 이용자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지난 1992년 부산에 처음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바쁜 일상에 편리함과 신속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스타일 변화에 힘입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등 커피 전문점들과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햄버거 업체들이 앞장서서 DT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370여 개의 드라이브 스루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매장 중 올해 4월 기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맥도날드다. 맥도날드는 현재 전국적으로 221개의 DT점을 운영 중이다. 이어 스타벅스(64개), 롯데리아(53개), 버거킹(26개) 등이 뒤를 이었다.

▲ 드라이브 스루 안전실태 현황 (출처=한국소비자원)

◆ DT점 이용객 절반 “사고 위험 느낀다”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에 살고 있는 김가온(17)양은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를 자주 찾는다. 며칠 전에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햄버거를 먹기 위해 매장에 들렀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와 부딪칠 뻔한 기억이 있다.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가까스로 몸을 피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양이 찾은 맥도날드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음식을 살 수 있는 DT(Drive Through) 형태의 매장이다.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짧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자주 찾는 동시에 주유소까지 겸하고 있어 항상 자동차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이달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 지역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33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9곳(27.3%)은 매장에서 나갈 때 운전자의 시야가 건물이나 담벼락에 가로막혀 보행자나 차량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9곳 중 5곳은 시야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는 도로반사경이 없었다.

주변 보행자나 다른 차량에 차량이 나가는 것을 알리는 출구 경보장치는 12곳(36.4%)이 아예 설치하지 않았으며 설치한 곳 중 3곳(9.1%)은 작동하지 않았다. 보도에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말뚝(볼라드)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20곳(60.6%)이나 됐다.

조사 대상 매장 모두 차량이 들어오고 나갈 때 보도를 통과해야 하는데, 진입로와 진출로가 분리되지 않는 곳이 4곳(12.1%), 주유소 출구로 진입하면서 차량 동선이 겹치는 곳이 14곳(42.4%)이었다.

일부 매장은 주행로에 오토바이 등이 주차돼 있거나 보도를 가로질러 차량이 나가는 길이 최단거리가 아닌 사선으로 길게 나 있어 차량이 보도를 과도하게 침범했다.

▲ (자료출처=한국소비자원)

같은 기간 소비자원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9.2%(246명)가 서비스 이용 시 사고 위험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7.8%는 ‘진출입 시 보행자가 신경 쓰인다’고 답했고 18.8%는 ‘매장 주변에 차량이 많아 운전에 방해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드라이브 스루 이용 중 사고를 경험한 응답자도 12.0%(60명)에 달했다. 사고가 난 대상은 매장 및 주변 시설물, 다른 차량, 보행자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안전관리요원 배치, 출입구 폭 확대, 사각지대 시야 확보 등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 중 안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안전관리요원을 꼽은 사람이 131명(26.2%)으로 가장 많았지만, 조사 대상 매장 중 안전관리요원이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는 식품접객업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고 별도의 안전대책 마련 의무는 없다”면서도 “보행자나 이용 차량이 많은 시간대에 안전관리요원을 두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커피 등 커피 전문점들과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햄버거 업체들이 앞장서서 DT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한 햄버거 전문점은 보행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DT이용 차량선과 도보가 구분돼 있다. (출처=소비자경제DB)

◆ 손 놓은 지자체…관련 법규 마련 시급

특히 아이들이 많은 학교 주변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들어설 경우 사고 우려가 더욱 높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안전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앞에 DT 매장이 들어서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결과, 매장 설치가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국내서 가장 많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운영 중인 맥도날드 관계자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량 진입로에 안내판과 경광등, CCTV 등을 설치해 놓은 상태”라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관계자 역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미국에서 먼저 시작한 만큼 국내에 (DT 매장을) 들여올 때 안전 말뚝이나 출입 경고 사이렌 등 안전장치를 구비해 놓았다”며 “아직까지 관련 법규는 없지만 업체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DT 점포들이 보행하는 고객의 입출구는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 고객들이 차량 진입로로 다닐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업체 측에 안전대책에 관한 의무가 없어 대책을 강제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관할 지자체마저 ‘사유지’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가 보편화된 미국은 안전시설 미비 시 매장 허가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고, 캐나다는 상업지역에 한해서 영업 허가가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들어설 때 도로점용허가를 받는 것 외에 구체적인 시설기준이나 입지에 대해 법적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드라이브 스루는 일반 매장과 같은 일반 음식점으로 취급돼 어느 곳이든 입점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생 통학이 이뤄지는 학교 주변 스쿨존과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곳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입점 때 사전 영향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시설기준 및 차량 출입을 목적으로 하는 도로점용 시 안전대책 마련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안전 문제와 관련해 안전요원 배치나 특수 횡단보도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인식되지만, 아직 행정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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