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발달한 포장기술…의견 수렴해 규제 완화한 것”

▲ 땡볕에 밀봉 포장된 순두부 제품이 보관된 모습. (출처=소비자제공)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그동안 두부나 콩나물 같은 이른바 ‘신선식품’은 냉장 보관이 원칙이었지만, 앞으로는 실온에서도 두부를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수상한’ 순두부를 알게 됐다.

김씨에 따르면 가락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5톤, 10톤 트럭에 순두부, 연두부, 깐 메추리알 등이 며칠씩 방치되고 있었다. 물건이 담긴 트럭은 짙녹색 천막까지 덮여 있어 족히 60~70도까지 오를 것 같았다고 김씨는 묘사했다.

김씨는 “냉장차도 아닌 일반 트럭에 배송하는 것도 모자라 땡볕에 방치하고 있다”며 “제조공장이 속한 포천시 공무원에 항의했지만 업체 측에 주의를 주겠다는 단답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의 신고 이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올해도 냉장 장치 하나 없이 배송된 순두부들은 가락시장으로 배송됐고, 주말 내내 땡볕에 방치됐다.

김씨는 “업체들은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공무원들은 4번의 신고와 다시 4번의 민원을 모두 묵살하니 답답할 뿐이다”라며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일부 업체의 순두부 제품이 냉장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에 의해 배송되고 있는 모습. (출처=소비자제공)

김씨가 제보한 업체들의 제조공장은 모두 경기 포천에 위치했다. 두부를 실은 트럭이 포천의 제조공장에서 출발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락시장에 도착하면 도매업자들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식이었다.

김씨가 제보를 위해 사진 촬영을 감행한 지난 6월 26일 오후 2시경 포천지역의 기온은 영상 29~31도였다. 이는 실온(영상 1~35도)에 해당하긴 하지만 상온(영상 15~25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신선식품’에 속하는 두부가 냉장 온도(영상 0~10도)로 유지돼야 함을 감안하면 위생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햄이나 두부, 콩나물 등은 냉장 진열의 품목으로 분류됨은 물론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도 영상 10도 이하를 유지해야 하는 등 ‘신선도’가 최우선인 식품이다.

이날 두부를 실은 트럭이 서울 가락시장에 도착한 시점은 오후 4시경이었고, 수도권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이 지역의 기온 역시 31도였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극심했던 7월 10일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두부를 실은 트럭이 포천 공장을 출발할 때 이 지역 기온은 32~34도 수준이었고, 도매업자들이 물품을 받은 가락시장의 온도는 33도를 기록했다.

규정대로라면 두부류가 상온에서 배송되도록 허용되는 시간은 4시간인 반면, 이 업체들은 제조공장에서 물건을 싣는 오후 2시부터 도매시장의 업자들이 물건을 받기 시작하는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물건들은 상온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과거 식품업계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식약처에서도 해당 업체들이 (물건을 배송할 때) 냉장차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 포천시청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순두부를 배송하는 이 차량은 일반적으로 오후 2시 제조업소로부터 가락시장으로 출발해 오후 5시 배송이 완료되는 반면, 6월 26일에는 오후 6시 17분이 돼서야 도매업소에 배송이 완료됐다. (출처=소비자제공)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식품 보관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두부는 여름철 식중독을 유발하는 음식 중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오명을 안고 있는 식품이다. 유통기한이 짧을 뿐만 아니라, 식품 특성상 높은 기온이 취약하기 때문에 여름철 쉽게 부패한다.

특히 밀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온에서 한 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부패할 정도로 세균 증식이 활발하고, 냉장보관을 하더라도 하루 이상 보관하면 금세 맛이 변할 정도다.

실제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모든 식품은 직사광선을 피한 실온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현행법상 실온은 1~35도, 상온은 15~25도로 한다.

그 중에서도 두부, 전두부, 묵류는 냉장하거나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물로 환수하면서 보존해야 하고, 과일이나 채소류를 제외한 냉장제품은 실온에서 유통시킬 수 없다.

두부, 전두부, 묵류는 물론 가공두부도 제품 운반 소요시간이 4시간 이상 걸릴 경우 제품의 품질유지를 위해 냉장차량을 이용하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관련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앞서 식약처는 6월 8일자로 밀봉 포장된 두부, 묵 제품을 실온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 포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밀봉 포장된 두부와 묵 제품을 냉장 보관하지 않아도 유통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개정은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에 맞춰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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