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화장실 성범죄 증가 추세…눈살 찌푸리게 하는 위생 문제까지

▲ 최근 공용화장실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 취약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위생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관은 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공원의 한 공용 화장실 내부. 바닥이 흙먼지로 가득 차 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사찰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근심을 푸는 곳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최근 공용화장실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 취약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위생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관은 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새벽 여성 노린 범죄 많아…각 지자체, 안심벨 등 설치

공용화장실은 이용자에게 여전히 꺼림칙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최근에도 이어지면서 화장실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 7일 제주 시내 한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적이 드문 새벽 4시경에 발생된 범죄였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장모씨는 성범죄를 위한 목적으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월 강남역 인근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유사해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공중화장실에서는 총 1795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는 161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강간·성추행 등의 성범죄는 135건에 달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을 포함하면 범죄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남녀 화장실 구분을 좀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2004년 1월 29일 이전 시설과 연면적 3000㎡ 미만 건축물에 적용되지 않는 남녀 화장실 분리 조항을 확대해서 몰카, 성추행 등 성범죄와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를 예방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심재철 의원(새누리당 안양동안을)은 이같은 내용의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여성의 안전을 위한 대책 또한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각 지역마다 호신용 비상벨이나 안심 거울을 설치, 추진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 경남 마산중부경찰서(서장 이병진)는 3일 오후 2시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예방을 위해 마산남부터미널 화장실 등 몰래카메라가 설치 될 수 있는 공간에 '몰래카메라 주의' 스티커를 부착했다. (출처=포커스뉴스)

서울 중구는 동산·장충 공영주차장 남녀 공용화장실을 여성 전용 화장실로 분리 설치하고, 성곽·충현·신당역 공영주차장에는 여성 화장실을 새로 설치할 방침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20개 국립공원 공중화장실 328곳 중 143곳에 여성 안심벨 시스템을 구축했다.

광주광역시 공중화장실 255곳에는 비상시 스마트폰으로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비컨’이 9월까지 설치된다. 전용 앱을 설치하면 비컨 설치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흔들거나 전원 버튼을 4회 이상 누르면 보호자와 경찰에 구조 요청이 전송된다.

송파구는 인적이 드물고 외딴 곳의 여성화장실 11곳에만 있던 비상벨을 33곳 공원 전체로 확대했다. 또한 송파구는 오는 11월까지 4개월 동안 공공기관이나 공원 등 여성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를 찾아내는 ‘여성안심보안관’을 운영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주 3일 공공기관·공원·일반 건물 등에 개방된 화장실과 수영장·공연장 탈의실을 집중 점검하게 된다”며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촘촘한 여성안심생활권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외에도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예방을 위해 스티커를 부착하고, 신고 전화번호를 기재해 화장실 이용자가 신속히 관할 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공용화장실 위생적이지 않다는 인식 여전…뿌리 뽑을 수 없나

상가 건물, 공원, 피서지 등에 설치된 공용 화장실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위생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화장실에선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 알 수 없는 이물질로 인해 막힌 세면대, 분리수거 되지 않은 쓰레기로 가득 찬 휴지통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악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바닥은 흙먼지로 가득 차 이용자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대다수의 성인은 이미 공용화장실에 대해 ‘위생적이지 않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생활용품기업 유한킴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 레몬테라스와 함께 화장실 사용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응답자 927명 중 91%에 해당하는 847명이 공용화장실에 설치된 비데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응답했다.

▲ 서울 마포구 한 상가 건물에 부착된 안내 스티커.

가장 큰 이유로는 ‘공동 사용으로 꺼림직하다’가 57%로 가장 많았다. 위생관리가 잘 안 됐을 것이라는 응답이 32%를 차지해 공용 화장실 비데에 대한 위생 불신이 높았다.

한편에선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구 국가에서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두는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중화장실마다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 주세요’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화 된 것이다.

휴지통이 오히려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도입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휴지통이 오히려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든다는 지적에 정부도 ‘휴지통 없애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각 시·군에 7월 1일부터 휴지통을 없애도록 권고했으며, 한국도로공사도 앞서 지난 4월 전국 180여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휴지통을 없앴다.

이은주 한국화장실협회 사무처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휴지는 수압이 낮아도 화장실에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다”며 “선진 화장실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활발한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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