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지휘라인에 있던 장·차관, 수사 선상에 오를까

▲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옥시 한국 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옥시 최종배상안 철회와 상세한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출처=포커스뉴스)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과실책임 의혹 수사 대상이 고위공무원으로 확대되는 등 관련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환경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출신 4~5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같은 독성 원료물질의 수입·유해성 심사 등을 담당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정부 과실책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이래 주로 사무관·서기관 등 실무진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해왔다.

검찰이 관련 업무 책임자에 해당하는 실·국장급 출신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아 관련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1996년 유공(현 SK케미칼)이 PHMG를, 2004년 세퓨가 PGH를 각각 수입 신고하고 유해성 심사를 신청한 시점 ▲옥시레킷벤키저(2000년)·홈플러스(2004년)·롯데마트(2006년)·세퓨(2009년) 등 4개 가해업체가 유해 제품을 제조·판매한 시점 ▲2011년 폐손상 원인 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뒤늦게 판매 중단이 내려진 시점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과실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담당 공무원들을 직급별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수사 대상에는 중앙부처 외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도 포함돼있다.

실·국장급 조사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 당시 보고·지휘라인에 있던 장·차관이 수사 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

실제 검찰은 정부 과실책임 의혹이 불거진 시점마다 관련 부처 장·차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형사처벌 대상자가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까지 검찰에 소환된 전·현직 공무원 가운데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

검찰 안팎에선 1월 말부터 7개월간 이어져 온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다음 달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업의 불법행위로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징벌 배상액의 법적 상한을 두지 않는 법률안을 입법청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정부가 네차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접수를 진행한 결과 4050명이 접수했다. 사망자는 780명, 생존환자는 3270명에 달한다.

가습기살균제 사상사고를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는 가습기살균제 1·2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하고, 지난 1일부터 배상신청을 받고 있다. 옥시는 피해자 과거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 등을 배상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옥시는 최고 3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계획이다.

영유아·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폐 손상을 입었을 경우 옥시는 배상금을 총액 기준 10억원으로 일괄 책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옥시가 발표한 보상안이 매우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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