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위한 행동이 오히려 길고양이 서식처 빼앗을 수 있어

▲ 새끼 길고양이(출처=픽사베이)

[소비자경제=강연주 기자] 일방적인 학살을 당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병에 걸리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법률이 부족한 현실이다. 또한 사람들의 길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생각으로 오히려 길고양이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뉴스를 보면 길고양이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등의 사건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에서는 길고양이 2마리가 잔혹하게 살해돼 토막난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또 그 전 달에도 부산의 아파트에서 두개골이 산산조각 난 길고양이들이 발견됐고 서울의 한 주민센터는 소독을 명목으로 빙초산을 뿌린 후 이에 맞은 길고양이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러한 사건은 ‘고양이 혐오증’에 의한 학대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길고양이의 집을 만들다가 벽돌을 맞고 숨진 일명 ‘캣맘’은 수사 당시 고양이 혐오증에 의한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고양이에 대한 혐오가 길고양이를 돌봐주던 사람에게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고양이 혐오증은 ‘ailurophobia’라는 용어가 있을 만큼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고양이 혐오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발정기의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고 지저분하다는 오해 등에 의해 나타난다.

특히 여름철에는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가 가장 커져 고양이들의 생존이 위협당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창문을 열어 놓는 경우가 많아 고양이 울음소리와 변 냄새에 대한 민원이 많다. 더욱이 열대야가 시작되는 장마 이후 고양이들의 발정기가 돌아오기도 한다.

박승진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동물관리팀 주무관은 “고양이의 발정기는 시기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봄, 가을에 새끼를 낳기 때문에 1~2월과 7~8월 쯤에 온다. 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상시 있다. 다만 여름철에는 시기적으로 고양이 울음소리에 더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고양이는 더위를 많이 타고, 여름은 음식물이 쉽게 부패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 살기 힘든 계절 중 하나기도 하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TNR(Trap-Neuter-Return)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하고 원래 포획했던 자리에 돌려놓는 활동이다. 현재 TNR 사업은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실행되고 있다.

포획된 길고양이들은 중성화수술을 받고 약 48시간이 지난 후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려 보내진다. TNR을 한 길고양이들은 반드시 포획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운 장소로 보내지면 적응을 못해 생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좋지 않다.

올해 5월까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TNR된 길고양이는 약 26만3000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는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제도나 법률이 부족하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돕는 TNR사업도 일부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이런 활동과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길고양이를 위한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사람들의 고양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어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의 주의도 필요하다.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주고 먹지 않은 것을 치우지 않거나, 고양이 밥 주는 것이 싫다고 한 주민의 집 앞에 계속해서 먹이를 주는 것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는 정해진 장소에 주고 뒷정리까지 해줘야 한다.

고양이 학대 피해는 주로 새끼 고양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빠르게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일반 고양이와 달리 새끼 고양이는 야생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끼 고양이가 길에 버려져 있더라도 불쌍하거나 보호해야 된다는 마음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새끼 고양이가 여럿 몰려 있다면 어미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어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고양이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들만 따로 있다면 바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며칠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사람 손이 타면 어미가 더 이상 새끼 고양이를 돌보지 않아 결국 죽게 된다. 또한 동물보호소에 데리고 가면 결국 안락사 당할 수 밖에 없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새끼 고양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것은 어미라고 조언한다. 또 최근에는 고양이들이 많아져 무턱대고 데리고 온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곳도 많지 않다.

이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간사는 “그들을 위한다고 생각한 행동이 오히려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도 길고양이 먹이를 주거나 새끼 고양이 보호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길고양이는 말 그대로 길에 사는 고양이다. 길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이 한 행동이 오히려 고양이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한 번 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탁했다.

 

강연주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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