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측"은폐한다고 될 일 아니다"

▲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등의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전경. (출처=한국타이어)

[소비자경제=정명섭 기자]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는 등의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사측은 관련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21일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산재보험을 신청하려는 근로자의 권리를 여전히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비정규부장은 “한국타이어가 산재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은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라며 “회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마지 못해 공상 처리(국가가 아닌 회사에서 처리하는 일시적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 건수가 증가하면 고용노동부의 감사를 받게 되고 기업은 근로환경을 개선하게 되는데, 비용을 아끼려는 기업이 산재를 은폐하고 열악한 환경이 다시 재해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요즘은 산재를 은폐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설령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기관에서 조사가 다 나오기 때문에 숨길 이유가 없다”며 부인했다.

♦ 산재 보험 신청자 보복성 인사 단행?

그간 한국타이어는 산재 보험을 신청하는 근로자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는 등의 ‘갑질’로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어 근로자들이 사측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대전공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일하다 전치 3주의 화상을 입었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작업장에 투입돼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산재를 받지 못하도록 해당 근로자를 설득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산재를 받자 경고 문책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가 한국타이어를 산업재해 은폐 등 산업재해 은폐 관련 2건과 안전보건법 위반 100여건이 추가로 드러나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2007년에는 15명의 한국타이어 근로자가 사고와 질병으로 잇따라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안전·보건 조치 및 산재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도 무더기로 적발됐는데, 1300여건의 법 위반 중 산재 은폐는 180건에 달했다.

♦ 산재, 사업자 근로자라면 누구나 공정하게 보상

산재 보험은 산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으로, 사업주의 강제가입방식으로 운영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라면 업무상의 재해에 대해 누구나 공정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는 사업주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할 경우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고가 나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작업환경개선 문제, 보험료의 상승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산재처리보다는 공상처리를 하려고 한다. 공상처리란 회사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다 재해를 당한 데 대해 보상을 한다는 의미다.

공상처리를 하면 재요양을 받기가 어렵고 장해가 남으면 회사가 적은 금액으로 합의하려고 하기 때문에 제대로 장해보상금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회사가 합병되거나 부도가 나는 경우에 공상처리한 근거가 재요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 상해 재발시에 재요양을 받을 수 있고, 장해가 남는 경우에 장해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경미한 사고의 경우 산재처리를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산업재해 사실을 은폐하는 행위를 방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처벌방안’ 보고서를 통해 산재 미보고로 부과되는 과태료보다 영업정지나 공사입찰제한, 보험료 인상 등 산재 발생사실을 보고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산재 은폐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산재 은폐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과태료 부과대상 행위에서 은폐행위를 분리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한 것이다.

사태가 계속되자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원청업체의 산재 은폐를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내용을 입법예고해 관련자의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사업주가 고의로 산업재해 발생사실을 숨길 경우 형사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최재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사무관 “산재 발생에 대해 지방고용노동센터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보고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의 유관기관과 협조해서 적발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제재가 강화되면 사업자로서 받을 불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산재 은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명섭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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