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수수료 불만에도... '실적부진'으로 수수료 내리기 쉽지 않아

▲ 은행별로 수수료는 올리고 있다. 수익성 악화 등에 따른 대책이라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출처=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한민철 기자] 은행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각종 수수료를 올리며 금융소비자들의 비난과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후 수수료 인하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이 모씨(57)는 최근 대출심사 제출 서류 준비를 위해 K은행에서 입출금내역서를 발급받았다.

이씨는 ‘무료로 발급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 서류가 2000원이라는 의외로 거금의 수수료가 든다는 것에 깜짝놀랐다. 당시 현금을 소지하고 있지 않던 이씨는 은행 입구의 자동화기기(ATM)로 가서 현금을 인출해야 하는 수고까지 들여야 했다.

이씨는 “대출사에서 이것저것 가져오라는 것도 많아서 준비할 게 많았는데 인터넷에서도 뽑을 수 있는 서류가 2000원이라는 것에 놀랐다”며 “체크카드를 다시 발급받았을 때도 이것만큼 안 들었던 것 같던데 금융기관제출용으로 직인 찍은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수수료가 들다니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이에 K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제출용 입출금내역 확인서는 원래부터 그 비용이 들었다”며 “직원들이 오류없이 일일이 확인하고 도장을 찍은 공문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들이 수수료가 지나치다며 부담을 느낄수 있다는 질문에는 “타은행에서도 그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 이씨 등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서 겪을 수있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은 비단 입출금내역 확인서뿐만이 아니다.

최근 은행사들이 저금리 기조와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해결책으로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하나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영업시간 기준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영업시간 외에는 900원에서 1000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또 타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에는 기존보다 100~200원이 오른 1000원으로 수수료를 변경했다.

신한은행은 ATM을 통한 계좌이체 수수료를 기존 800원에서 900원으로 올렸다. 이어 씨티와 SC제일은행 역시 이미 각종 수수료를 올린 상태다.

이번달 1일부터 송금과 예금, 자동화기기(ATM), 외환 등 주요 금융거래 수수료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한 KB국민은행의 경우 타은행 송금 시 수수료가 최대 1500원으로 올랐다. 또 통장·증서 재발급 수수료, 제증명서 발급 수수료는 현행 2000원에서 3000원으로, 명의변경 수수료는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다.

특히 오는 20일부터 KB국민은행의 ATM 출금 수수료 100원씩 인상되며, 계좌 송금도 금액별로 수수료 체계를 세분화해 100만원 초과 금액은 1200원으로 200원 오른다. 그동안 수수료가 없었던 인터넷·모바일 해외 송금의 경우 5000달러 이하는 3000원, 5000달러 초과는 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에 은행업계에서는 현실적 측면에서 수수료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며 자세한 해명은 피하고 있지만, 증권사들과 저축은행사 관계자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저축은행사 한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 자산운용사에서도 돈 굴리기에 애를 먹고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자이익이 줄기 때문에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 올리기를 극복방법으로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사들은 예금보다도 대출상품에 주력하고 있고 대출금리가 워낙 높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릴 만큼 변화가 없지만 은행사들은 예금이나 대출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돈을 안 맡기려하고 또 고객들도 부담없이 대출을 해가니 자구책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이자수익은 크게 줄었다.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 2011년 39조 1000억원에서 지난해 33조 49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소비자들에게 ‘다른 금융기관보다 믿을 만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은행사들은 그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각종 수수료를 올려갔다. 지난해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은 총 7조 451억원을 기록,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7조원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은행사들의 이런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는 자구책들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은행사들 마다 ‘이미지’를 포기하고 수수료를 올린다 할지라도 현재 그에 따른 실적 상승의 결과가 나오고 있는 회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수료를 꾸준히 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사들의 실적부진은 여전하다.

KB금융그룹이 지난 4월 발표한 KB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의 4762억원보다 18.7% 감소한 3872억원을 기록했다.

또 농협금융지주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농협은행의 부진으로 전년동기 대비 35.0%나 하락한 894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64.2%나 감소한 322억원으로 수수료 이익과 순이자마진의 하락 등이 주원인이었다.

여의도 증권가 S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은행별 수수료가 부담스러워진 것은 사실이고 기름값처럼 한 번 올린 뒤 다시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이 은행 저 은행이 아닌 주거래은행을 집중적으로 이용하거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신상품 등을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민철 기자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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