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치 보느라 권고 수준에 그친 당류 저감 계획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당뇨가 전 세계 핵심 보건 이슈로 떠오르며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반면 국내선 실효성이 미비한 정책들만 내놓고 있어 당국과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7일 세계 보건의 날 테마를 ‘당뇨병과의 전쟁(Beat Diabetes)’으로 선정했다.
세계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중 4억1500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인 11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당뇨 유병률은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해 오는 2040년에는 전세계 당뇨 환자수가 약 6억42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국내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11.9%에 해당하는 약 320만명, 당뇨병 고위험군은 30세 이상 성인의 24.6%인 660만명으로 집계됐다.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인 약 1000만명이 당뇨병 또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90만명의 환자가 당뇨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당뇨병 사망률이 다섯 번째로 높은 '당뇨 위험국'이다. 국내 당뇨병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OECD 평균(22.8명)보다 9.5명 높은 32.3명이라는 수치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보건기구는 당뇨병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을 각국에 촉구하고 있다.
또 당뇨병이 단순히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넘어 환자 가족들과 국가경제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민간과 공공이 함께 치료와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설탕’이다. 설탕은 일찍부터 당뇨를 유발하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설탕세’ 도입이 셰계 곳곳에서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영국은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에 대해 2018년부터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계획에 따르면 음료 100㎖당 설탕 5g이 함유된 음료는 1ℓ당 18펜스(약 300원)가 부과된다. 설탕이 35g 든 코카콜라 캔(330㎖) 1개에 133원의 설탕세가 매겨지는 셈이다.
설탕을 함유한 많은 음식 중 영국이 유독 ‘탄산음료’에 주목한 것은 어린이를 비롯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찾는 음료인데다가 한 캔만 마셔도 WHO의 하루 권장 설탕 섭취량인 25g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영국보다 앞서 멕시코는 설탕이 든 음료수에 설탕세 10%를 부과했고 프랑스도 음료수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지난 2013년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동판매기에서 영양 성분에 따라 진열 칸을 색깔별로 구분해 음료를 배치하고 있다.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멜버른무역관에 따르면 호주비만정책연합(Obesity Policy Coalition)도 호주인들의 건강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탕세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당장 당류 소비를 줄여 비만이나 당뇨 등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초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당뇨로 인한 국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식습관 개선 중심의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당류 섭취를 적정 수준으로 유도하고,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종합계획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의 강제성이 없고, 사실상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 상당수다. 식품에 영양표시를 확대추진하거나 고열량 표시를 하는 것도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서 그쳤다.

설탕제조업체나 식품업체, 외식업체들의 눈치를 보다보니 대부분 권고, 확대추진, 검토 등의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한 관계자는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저당제품의 생산·유통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반면 정책 자체에 강제성이 없어 적극적인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당류 저감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캠페인’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저당류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아 업체들이 저당·무당 제품을 출시하기에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단맛’으로 승부하는 디저트 시장이 최근 3년간 무려 5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3000억운 규모에 이르던 국내 디저트 시장이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올해의 경우 디저트 시장이 2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각 식품업계 및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경쟁적으로 ‘단맛이 강한’ 디저트나 음료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단맛과의 전쟁을 선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반(反)하는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까지 나서 당류 저감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달콤한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식품업계의 매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설탕의 대안으로서 인공감미료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차원이 아닌 일부 다국적 기업도 당뇨예방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스카페로 알려진 스위스 식품회사 네슬레가 초콜릿 등을 판매하는 동시에 당뇨약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네스카페, 네스퀵, 킷캣 등 네슬레의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설탕’을 기반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회사의 목표를 ‘영양·건강 기업’으로 재정의해 약품 업계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슬레는 자사에 건강 과학 연구소를 두고 당뇨병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책임 연구원인 에드 베에토게 씨의 연구에 5억스위스프랑(약 6000억원)의 예산을 주고 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좋아지셨다고 하네요 무슨메뉴라 하는것 같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