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 내세우는 식약처…소비자 불만 폭발

[소비자경제=서예원 기자]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의 안전성과 정보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권 침해’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과자나 식용유에서 GMO 성분을 확인할 길이 없었고, 제조업체에 직접 문의했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김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GMO 수입업체 명단과 세부성분 등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역시 “현행법상 공개 의무가 없을뿐더러 기업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어 업체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김씨는 “아무리 공개 의무가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소비자가 건강을 염려해 직접 문의를 해왔으면 제대로된 대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기업들의 이윤추구가 ‘소비자의 알 권리’나 ‘소비자 선택권’을 앞서고 있는 현실이 통탄스럽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식약처는 유전자변형식품 표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GMO(유전자재조합식품) 표기 기준을 ‘모든’ 원재료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조과정에서 쓰인 원재료 함량을 기준으로 5순위 안에 유전자변형 DNA, 단백질 등이 포함돼있을 때만 GMO 표기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함량 순위와 상관없이 GMO 단백질이나 DNA가 남아있으면 GMO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김씨의 사례의 경우처럼 GMO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는 여전히 묵살되고 있는 상태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GMO 단백질 등이 없을 경우 표기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조항이 그대로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 가공식품의 경우 열을 가하면 GMO 단백질이나 DNA가 파괴되기 때문에 표시제는 유명무실하다. 유럽연합(EU)이 DNA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GMO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현행 GMO 표시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를 예외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용유’를 떠올릴 수 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생산 식용유 중 콩기름이 6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이어 옥수수유·올리브유·카놀라유가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두 자급률은 6.4%, 옥수수는 0.9%에 불과하다. 대두유에 사용되는 대두는 전량 수입되는데, 조사 결과 2014년 식용으로 수입된 대두의 80%, 옥수수의 61%가 GMO였다.

몇 년 전부터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카놀라유 역시 상당수가 GMO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98%가량 카놀라유는 수입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캐나다산 카놀라유는 대부분이 GMO다.
하지만 식품업체들은 식용유에 GMO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해 “내가 먹은 식용유가 GMO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고 싶다”고 요청해도 “답변의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국내에 원재료 기준의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GMO의 안전성 여부를 떠나 해당 제품의 GMO 사용에 대한 기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식약처와 경실련의 ‘GMO 정보공개’를 둘러싼 식약처와 경실련의 공방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인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1부는 결국 정부가 GMO를 수입한 업체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GMO 정보공개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식약처 관계자 박씨는 정보공개청구시스템을 통해 식약처에 유전자변형식품 수입 품목과 수입일자, 업체명, 수량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수입업체명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7호에 따라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며 품목과 수입량만 공개했다.
이에 반발한 박씨가 식약처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농수산물과 그 가공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 있는 물품으로 그 기초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식품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량의 유전자변형농산물 등을 수입한 사실이 공개될 경우 해당 업체의 명성이나 이미지가 저하될 수는 있지만 이는 정보 자체의 공개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안정성 검증 및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예원 기자 npce@dailycnc.com
